법원이 14일 용인 경전철 사업을 추진했던 당시 용인시장 등 책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방자치단체의 민간투자사업 실패로 발생한 예산상 손해에 대한 공무원들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2013년 10월 주민 소송이 제기된 이후 10여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성수제)는 이날 ‘용인 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 소송단’ 소속 주민 8명이 용인시장을 상대로 “경전철 사업 책임자들에게 총 1조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하라”며 낸 주민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1, 2심은 “용인 경전철 사업은 주민 소송 대상이 아니다”고 했지만, 2020년 7월 대법원은 주민 소송이 가능하다고 보고 파기환송했다. 사건을 다시 심리한 재판부는 “용인시장은 (당시 경전철 사업을 추진한) 이정문 전 시장(2002~2006년 재임) 및 한국교통연구원과 연구원들을 상대로 214억68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청구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전 시장이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시장은 (경전철) 사업 시행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 (협약에) 포함되도록 하고, 용인시와 시행자 사이에 적절한 위험부담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했다”며 “시장으로서의 선관 주의 의무를 현저히 해태(懈怠)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전 시장은 (경전철 사업에) 거액의 재정 지출이 수반되는데도, 용인시의회의 사전 의결 절차 등 법령상 필요한 절차조차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잘못된 수요 예측 조사로 경전철의 예상 이용객을 과다 평가한 한국교통연구원과 연구원들의 과실도 인정했다. 교통연구원은 2001년 용인시의 사업 타당성 분석 및 수요 예측을 의뢰에 따라 1일 교통 수요를 13만9000명(2008년 기준)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2013년 4월 경전철 운행이 개시된 이후 그해 1일 평균 이용객은 9000명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연구원은 합리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과도하게 수요를 예측했다”면서 “용인 경전철을 둘러싼 여러 환경이 많이 변하였는데도 과거의 자료를 거의 그대로 사용해 예상 수요를 산출함으로써 용인시에 손해를 입혔다”고 했다.

이 소송은 지자체가 시행한 대규모 민간투자사업을 주민 소송 대상으로 삼은 첫 사례였다. 법원 판결에 따라 용인시는 사업 책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전망이다. 소송을 낸 주민 측 변호인은 “용인시의 정책 결정을 잘못한 당시 시장과 연구기관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희찬 기자  hcl_01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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