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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넷플릭스 세계1위 ‘돈 룩 업’을 향한 다양한 시선

천문학과 교수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박사와 대학원생 케이트(제니퍼 로렌스)는 100%의 확률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고 종말할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두 사람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과 그녀의 아들이자 비서실장 제이슨(조나 힐)의 집무실을 방문하고, 잭(타일러 페리)과 브리(케이트 블란쳇)가 진행하는 유명 토크쇼 출연까지 하면서 진실을 알리고 납득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대통령과 IT기업의 회장 이셔웰(마크 라이런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진실을 왜곡해 극심한 갈등을 빚는다.

그 사이 지구의 종말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랜들 민디 박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돈 룩 업>은 감독의 전작인 <바이스>와 굉장히 유사하다.

미국의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를 ‘악’으로 규정하고 신랄하게 비꼬았던 <바이스>처럼 <돈 룩 업>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하다.

▲올리언 대통령의 아들이자 백악관 비서실장 조나 힐

올리언 대통령이 철저하게 표에 따라 혜성 대비 정책을 바꾸거나 정치 전력이 전무한 아들 제이슨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트럼프의 철저한 포퓰리즘과 가족 인사에 대한 풍자라고 할 수 있다. 혜성의 접근을 부정하는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무시했던 그의 실책을 연상케 한다.

이와 반대로 <돈 룩 업>을 정치 풍자 영화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적절치 않다. 이 영화의 정치 비판은 좌우 진영 논리에 빠지는 대신 더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돈 룩 업>이 제시하는 문제점은 커뮤니케이션이 부재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각각 기능에 따라 각자 주어진 일을 하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들 사이를 이어주는 무언가가 부재한 현실을 날카롭게 찌르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각자의 고유한 기능을 전담하는 시스템의 공존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독립된 시스템들이 각자의 목표 달성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사회 구조의 유지라는 공통된 목표를 이룰 생각을 하지 않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문화나 학문의 분야에서는 정치에 대한 논의가 발전하고, 경제나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암호화폐의 등장과 같은 혁신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시스템 간의 소통 부재는 정치와 법이라는 시스템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게 하고, 뒤처진 시스템의 기능까지 침범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현실에서는 전문가의 의견보다도 정치적으로 더 유리한 것이 중시되고 자본이 유일한 진리가 되는 등 사회 전체의 구조가 무너졌다. 이 영화는 이 대목을 풍자해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 안에서는 사회적 시스템 간의 소통 부재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들을 보여주는 장면이 가득하다.

▲민디 박사와 케이트가 백악관을 찾아 설명하는 장면

영화 초반부에 민디 박사와 케이트가 혜성을 발견하고 그 사실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장면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민디 박사가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해 혜성이 지구에 충돌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도 해당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는 백악관의 분위기는 평온할 뿐이다. 지켜보던 케이트가 ‘혜성과 지구가 충돌해 지구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가장 쉬운 언어로 설명해도 대통령과 그의 아들인 비서실장은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정치’라는 시스템 안에서 철저한 득표의 수단으로 바꿈으로써 정치인과 과학자의 소통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토크쇼에 출연한 민디 박사와 케이트

과학자의 소통 부재는 정치인에서 끝나지 않고 언론인과의 사이에도 존재했다. 대통령의 반응에 민디 박사와 케이트는 언론을 통해 진실을 알려 여론을 움직여 보려 하지만, 파급력이 있는 유명 토크쇼에서는 그저 수많은 가십거리중 하나로 취급할 뿐이었다. 유명 신문사에서도 기사화하는 것을 거절한다.

▲경제적 이익을 계산하는 이셔웰 회장

이 뿐만이 아니라 경제, 정치, 시민들 사이에서도 소통의 부재가 드러난다. 혜성이 충돌해 지구의 종말이 오는 것 마저도 경제적 이익으로 계산하는 거대IT 기업의 회장 이셔웰은 민디 박사를 비롯해 과학자들과의 갈등을 일으킨다. 정부의 이러한 모습에 시민들은 정부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폭동으로 이어진다.

과학 시스템의 영역 안에서도 소통의 부재가 펼쳐지기도 한다. 케이트의 발견을 두고 나사 내에서도 나뉘어진 의견과, 이셔웰이 혜성을 파괴한 후 혜성에 존재하는 여러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제시한 장면은 진정한 블랙 코미디였다. 종말이 임박한 순간 대통령이 자신의 아들인 비서실장과의 소통도 제대로 못하는 장면은 앞서 나열한 모든 문제점을 한 장면에 담아낸 듯 보인다.

본 기자는 영화의 후반부에 결국 종교로 회귀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민디 박사가 가족, 친구들과 마지막 식사를 할 때, 그들 중에서 종교를 믿는 사람이 없었지만 케이트의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기도를 한다. 이 장면은 기도하는 방법을 모를 만큼 종교가 배제된 현대 사회를 보여줌과 동시에, 소통의 부재를 개선하지 않으면 모든 체계가 무너지고 결국 종교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의 멸망은 혜성이나 지구온난화 같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종말을 막으려 하지 않는 현대사회 체계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단순히 트럼프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영화로 보는것은 지나치게 일차원적이다.

이런 풍자의 방식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영화의 주제에 쏠려야할 관심이 분산되면서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불분명하게 되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이 감독 특유의 코미디 연출 센스과 날카로운 사회적 메시지가 만드는 조화보다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돈 룩 업>은 세계1위라는 타이틀이 전혀 아깝지 않을 작품이다.

이희찬 기자  hcl_01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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