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1.10.19 화 17:59
HOME 기획 기획
<명상 경지의 세계>-15. 악(惡)의 꽃
<중앙대학교 김왕석 전 교수>

늦은 하오, 인근을 걸어본다. 날씨가 차갑다. 볼을 스치는 바람이 살갗을 엔다. 하긴 이제 12월이니, 겨울 값을 톡톡히 치를 법도 하다.

나뭇잎들이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사람으로 보면, 나무가 정신을 다 내려놓은 격이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려면, 훨씬 홀가분할 수도 있겠다.

사람도 어쩌면 이와 같을 수 있겠다 싶다. 사업 걱정, 아이들 걱정, 노후 문제 등의 일상에 갇히고 평생 자신의 정신 속에 갇힌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도 스스로 이런저런 생각 속에 갇혀 산다. 생각 때문에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생각을 멈출 수 없어 더 고통스럽다.

생각이란 관성이고 습관이다. 습관이 되면 멈출 수 없다. 우리가 어떤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자신도 모르게 심호흡을 계속하면서 생각을 끊지 못한다.

도대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 원인이 무엇일까? 이유가 있다.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면,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안전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사람의 정신은 몸과 마음을 지켜주는 보디가드이다. 정신에게는, 나는 대통령보다 더 중요한 존재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내 정신은 항상 나에게 집착한다. 나의 건강, 아이들 장래, 나라 걱정 등 사실은 모두가 나를 위한 무의식에서 비롯한다. 내 가족, 내 집단, 내 회사를 위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철저히 나의 안전만을 위한 가면일지도 모른다.

나를 더 지키기 위해 지식을 쌓고, 정보를 넓히고, 종교와 신념을 갖는다. 누구도 나를 침범하지 못하게 내 머릿속에 더 높고 튼튼하게 정신의 성벽을 쌓는다. 그 안전을 위한 성벽 축성의 재료들은 지식, 정보, 신념, 의지라는 벽돌로 이루어졌다.

그 성체(城體)가 나의 정신이고, 나는 그 속에 안주한다. 그 속에 안주하며 남에게 질투하고 투기한다. 탐욕하고, 재물을 독식하기도 한다. 툭하면 여러 형태의 폭력을 행사한다. 남을 위한 경청도 없고, 공감과 배려도 없다.

내 정신의 원초적 뿌리는 오직 나를 보호하기 위한 본성으로 가득 차 있다.

탐욕, 소유, 질투, 경쟁, 권력, 이기심, 폭력, 살인 등은 그 본성을 피워내는 '악의 꽃'과 같다. 그 꽃은 독성을 품고 있어서, 세상을 끝없이 어지럽게 할 뿐만 아니라 나조차도 결국은 파괴하는 '악의 꽃'이다.

명상은 내 안의 이런 본성을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바라보게 해준다. 우리가 명상한다면, 철옹성 같은 내 정신의 가면을 깰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내가 명상을 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그리고 그 본성에서 해방된 진정한 나를 찾아가기 위해 나의 명상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구명석 기자  gms75@hanmail.net

<저작권자 © 용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명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