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가 기흥구 신갈동 469-2번지에 위치한 신갈 고속·시외버스 정류소의 환경 개선 사업을 완료했다. 해당 정류소는 지난 9월 새로 만들어진 인근의 기흥역으로 이전하려다 주민 반발로 철회, 존치되어 기흥역 정류소와 병행 운영하기로 계획이 변경된 바 있다. 2011년부터 현재 위치에서 운영해 온 신갈 정류소는 시설이 노후화됐음에도 교량 하부라는 제한적인 장소인 까닭에 제대로 된 시설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해 그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겨울철에는 화재 우려로 난방시설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용인시는 해당 정류소의 존치와 함께 노후 된 시설의 개선을 약속했고, 지난 22일 최종적으로 공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번 개선 사업을 통해 좀 더 쾌적한 이용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던 상당수의 시민은 그 결과물에 크게 실망감을 드러냈다. 체감상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방으로 회사를 다니는 한 이용객은 "출퇴근으로 매일 이곳을 오가는데 자동문 설치와 내부 시설이 좀 더 깔끔해진 것 말고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겠다" 며 어떤 부분들이 변경됐는지 오히려 되묻기도 했다.

용인시의 공사 일정표에 따르면 주요 공정은 페인트와 목공공사, 필름과 도배, 바닥 데코타일 등 미적인 부분 위주로 편의적인 부분은 오직 자동문 하나뿐이다. 그 외에 간판과 조명의 교체 공사를 시공했지만 우려됐던 안전에 대한 개선은 아무 조치도, 추가 시설도 발견할 수 없었다. 개선에 대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이전을 강하게 반대해 온 인근 상미마을 주민은 "신갈 정류소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은 결국 현재 위치에서 계약이 만료되는 2020년 정류소를 폐쇄하겠다는 의미” 라며 강한 반대 민원을 임시적으로 잠재우기 위한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청현마을 입주민 또한 "기흥역 정류소 정도의 시설로 다시 리모델링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완성된 모습을 보니 무척 실망스럽다" 라고 했고, 흥덕마을 입주민도 "건축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규모나 시설 등에서 새로 지어진 기흥역 정류소와 충분히 비슷하게 지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저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며 이것이 개선 요청에 대한 용인시의 응답이냐고 분개했다.

한편 기흥역 정류소는 7300여만 원을 투입해 천정형 냉·난방기와 온열 의자, 자동문, 에어커튼과 무인발권기 등 친환경 스마트 기능을 갖춘 첨단 시설로 지어졌다. 깔끔한 외관과 쾌적한 환경으로 기흥구의 새로운 정류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재까지 충청, 전라, 영남권 등 총 5개 노선만 운행되고, 시외버스정류소로만 운영되어 고속버스는 아예 이곳을 지나가지도 않는다. 용인시는 분당선과 용인경전철이 지나는 기흥역에 정류소를 설치해 접근성을 향상시켜 이용객 증가를 모색했지만 애초에 위치 선정이 적합했느냐는 지적도 있다. 세종시로 가는 시외버스 운전기사는 “수원신갈IC로 바로 진입하는 신갈 정류소와 달리, 기흥역 정류소를 거쳐 다시 신갈 정류소로 돌아갔다 나오는 차량의 동선이 합리적이지는 않다” 며 시간만 좀 더 걸린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실제로 주말 아침 기흥역 정류소와 신갈 정류소를 거쳐 대전으로 향하는 버스에는 기흥역 정류소에서 5명, 신갈 정류소에서 28명이 탑승했다. 이용률도 낮고 노선도 제한적이라 이곳 정류소의 이용객 또한 불만이 많다. 인근 기흥역세권 주민은 “겉만 번지르르하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노선도 많이 없고 고속버스는 아예 오지도 않는 반쪽짜리 정류소” 라며 지속적인 민원을 통해 노선의 다양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매끄럽지 않은 처리로 결국 애꿎은 시민들의 불편만 지속되고 있다. 신갈 정류소, 기흥역 정류소, 버스운송업체 모두 불만족스러운 이상한 모양새다. 대대적인 환경 개선과 노선의 확충.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용인시의 현명한 행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구명석 기자  gms75@hanmail.net

<저작권자 © 용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