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가 된 건물은 농지로 확인돼 단속기관의 관리감독 한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행성게임장 영업을 위해 몰래 전기를 끌어다 쓴 업주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번 사건은 최근 불법 성인오락실이 농촌지역에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가운데 ‘전기절도’ 라는 특수성으로 의미를 더 하고 있다.

특히 경찰에 붙잡힌 업주는 법의 빈틈을 이용, 버섯재배사로 인허가 받은 건물을 빌려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농지전용을 하지 않고도 건축물 허가를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악용된 사례다.

시의 관리감독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업주는 단속이 허술한 점을 이용해 농촌지역 건물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관할 구청이나 읍면동 사무소는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건에서 활약을 보인 경찰과 비교되는 점이다. 이제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자.

▲ 문제가 된 건축물은 비닐하우스로 둘러싸인 농지로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해 있다.

# 사행성게임장 … 이젠 농촌지역까지

용인경찰서는 지난 1월 20일 처인구 모현면 일산리에 위치한 건물에 사행성게임장을 운영한 업주 김모(65)씨를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결과 김씨는 1월 초 건물주가 다른 사업자에 임대한 것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빌려 3개월간 사업장으로 영업하겠다고 한 뒤 사행성게임장을 몰래 운영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할 파출소인 모현파출소(소장 김종철)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 20일 오후 6시경 단속을 벌여 불법 사행성게임장 현장을 적발했다. 경찰은 업주를 검거하고 게임기를 모두 압수했다.

김씨가 운영한 게임장은 주변이 비닐하우스로 둘러싸여 인적이 드문 지역으로 불법 성인오락실이 단속망을 피해 시외곽 지역까지 비밀리에 영업하는 추세가 확인 된 사례다.

경찰은 적발된 게임장이 55대의 ‘바다이야기’ 게임기를 설치한 비교적 큰 규모의 성인오락실로 단속을 피하기 위한 외부 감시용 CCTV까지 설치돼 있었다고 밝혔다.

▲ 전주로 부터 4가닥의 전선이 건축물 내부로 연결돼 있다.

# 2년차 순경이 밝혀낸 ‘전기절도’

여기까진 일반적인 사행성게임장 단속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2년 차 순경의 성실함과 적극성이 자칫 지나쳐 묻힐 수도 있던 또 다른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 1일 오전 11시경 모현면 일산리 일대를 순찰하던 모현파출소 소속 김호진 순경(29). 그는 불법 성인오락실로 적발된 바 있는 건물에 갑자기 멈춰 섰다. ‘다시 성인오락실로 운영되지는 않을까’ 주변을 유심히 살피던 중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계량기가 있는 건물 좌측에 전선이 설치 돼 있음에도 오른쪽에 4가닥의 전선이 전신주에 연결돼 있던 것. 전선이 이중으로 설치돼 있음을 확인한 김 순경은 바로 건물주와 한국전력 직원을 불러 전기 절도임을 최종 확인했다.

최근 용인경찰서 소속 간부급 경찰공무원이 음주사고를 내 관내를 발칵 뒤집어놓은 시점에서 김호진 순경의 적극적인 자세와 성실성은 동료 경찰관들에게 모범적인 사례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번 사례는 전국에서도 최초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용인경찰서 관계자는 “그동안 사행성게임장에 대한 단속은 몇 번 있었지만 도전(도둑전기)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용인경찰서 경제팀은 현재 업주 김씨에 대해 1차 조사를 마쳤지만 김씨가 공범(전기기사)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전주로부터 전기를 무단 사용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 버섯재배사로 허가를 맡았지만 창고와 사행성게임장으로 활용 된 건축물 내부.

농지에 불법게임장과 전기절도, 시는 뭐했나? 문제가 된 건물은 지목이 ‘답’인 농지로 확인돼 단속기관의 관리감독 한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용인시는 지난해 3월 27일 모현면 일산리 101-2번지와 3번지에 일반철골 198㎡의 2개동에 대해 허가를 내줬다. 용도는 ‘동식물관련시설’ 버섯재배사로 사용하게 돼 있어 농지전용을 따로 받지 않아도 된다. 이 점이 화를 불렀다. 이곳은 건축물 허가 이후 본래 용도와 맞지 않게 사용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건물주는 버섯재배사 용도로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준공 이후 임대를 줘 건물은 가구공장 및 유통창고 등으로 운영돼 왔다. 급기야 지난 1월 불법 사행성게임 영업장으로 활용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곳 다른 한 개동은 현재도 식품창고로 쓰이고 있다. 또한 무허가 컨테이너 두 개 동까지 위치해 있어 불법이 판치고 있는 상황이다. 관할 구청은 몰랐을까. 담당 공무원은 “게임장으로 쓰였다 해도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고 현재가 중요하다”며 “창고가 비어있는 상황이라면 마땅한 처벌기준은 없다”고 말해 단속 의지조차 없어 보였다. 그럼, 현재에도 불법이 명백한 식품창고는? 담당자는 “현재 창고로 쓰이고 있다면 불법용도변경 한 것이 맞다”며 “현장 확인 후 관련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건축법과 농지법을 위반해가며 이러한 불법용도변경이 성행하고 있지만 관리감독을 해야 할 단속기관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제2, 제3의 ‘성인오락실 전기절도 사건’이 우려되는 점이다.

박재영 기자  ultraso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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