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 재규정과 관련한 국가정보원법 개정 논의가 국회 안팎에서 이슈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법에 규정된 직무범위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과거 공안정국으로 회귀하려 한다며 비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국정원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며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전 분야를 통제했던 과거 군사정부 시절로 되돌아가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행정부가 비정상적으로 비대했던 군사정권 시절과는 달리 현재의 우리나라 국가권력은 분산되어 특정부문 독주를 끊임없이 견제하고 있다. 국회와 법원이 행정부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있으며, 언론ㆍ시민사회 역시 강력한 비판세력으로 자리 잡은 상태이다. 따라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일부 권력기관에 의한 통제가 재현될 가능성이 없는 상태이다.

이처럼 우리사회의 권력구조가 확연히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가 힘 좋은 일꾼에게 무거운 족쇄만 채우려고 하고 있다. 밥을 먹이고 때로는 벌을 줘가며 광활한 논밭에서 혹은 바다에서 더 많은 수확물을 가져오도록 격려해야 할 일꾼을 ‘마당청소’ 정도를 시키는데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지난 반세기동안 국제정보환경도 급속히 변화해왔다. 외국의 경제위기가 곧 국내 경제위기로 비화되듯이 국내ㆍ국외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또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존재하지 않는 약육강식의 세계로 변모했다. 이러한 국제질서 속에서 세계각국은 자국이익 극대화를 위해 정보기관의 역량 및 권한을 강화하며 치열한 정보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이러한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구법에 의해 운신의 폭을 제한받고 있다. 국가안보 및 국익을 위해 국내와 국외를 아우르는 적극적인 정보활동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법적 정당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의 손발에 족쇄를 채워 정보활동 행위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인 활동기반은 마련해 주되, 위법ㆍ권력남용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하고 해당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적책임을 묻는 것이 우리나라의 국가안전보장ㆍ국익 증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바람직한 길이 될 것이다.
                                                                                   전국지역신문협회 / 박경국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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