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시장을 개최했던 죽전1동 꽃메마을 일대

수지구청이 아파트 부녀회장을 상대로 고발을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수지구청 건설교통과에서 공무원과 아파트 부녀회 임원들 간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이날 사무실은 부녀회장 고발에 항의하러 온 임원과 공무원이 언성을 높이는 등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인근 지구대에서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월 7일 죽전1동 꽃메마을에 위치한 세 아파트 부녀회가 주최한 야시장이 일대 인도를 점용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노점상 60여명이 도로 옆 인도에 장사진을 쳤고 길게 늘어선 노점들은 대규모 야시장을 형성했다.

그런데 인근 주민들이 도로 옆 인도에 늘어선 노점들을 보고 7일 오후 3시30분경 구청에 단속을 요청했다. 구청 건설교통과는 같은 날 오후 5시경 현장에 나가 도로법 위반 등으로 자진철거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미철거 시 고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뒤 돌아갔다.

하지만 노점상들은 야시장이 성업을 이룬 밤이 되도록 철거하지 않았다. 이에 불만을 품은 인근 주민들이 또 다시 단속민원을 구청에 요청해 밤 9시30분경 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주최 측과 담당 공무원 간 마찰이 빚어졌고 담당자는 다음날 고발할 것을 통보 후 철수했다.

수지구청 건설교통과는 예정대로 다음날인 8일 오후 부녀회장 3명과 노점상 대표 1명에 대해 도로법 제97조 규정과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99조 위반을 들어 용인경찰서에 고발 조치를 취하게 된다.

당시 수지구청 관계자는 “당시 민원인 10여명이 단속 민원을 요청했던 상황이라 고발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서 “이곳만 허용하면 다른 곳도 봐줘야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공무원으로서 직무유기라 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파트 부녀회 측은 “야시장을 설 수 있는지 구청과 동사무소를 상대로 3번을 질의 했지만 특별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한 해도 된다는 식으로 답변했다”며 “애초에 안 된다고 정확하게 말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 화합과 불우이웃 돕기에 쓸 기금조성을 위해 꽃메마을 3개 아파트 단지가 모여 연합회를 창설해 야시장을 개최한 것”이라며 “주민들의 통행 방해도 하지 않고 호응도 좋았는데 굳이 고발까지 했어야 했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수지구청 건설교통과 관계자는 “당시 전화를 받았을 때는 단지 내에서 소규모로 하는 줄 알았다”면서 “단지 밖 도로 300미터를 점용해 가면서까지 할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꽃메마을 3개 아파트 단지 부녀회가 연합해 마련된 야시장은 당초 7일 오후 1시부터 다음날 밤 12시까지 진행될 계획이었지만 구청의 고발 조치로 밤 10시경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파트 주민 정모(38.여)씨는 “요즘 경기도 어렵고 점점 삭막해지는 세상에 좋은 취지로 열린 야시장 행사로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서 “구청에서 이런 좋은 시간을 망치는 것도 모자라 부녀회장을 상대로 고발을 했다는 것은 심했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 김모(29.남)씨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법을 어긴 것에 대해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단속 기관에서 우유부단하게 굴지 말고 모든 일에 원칙대로 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재영 기자  ultraso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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