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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절약 30년 전부터 차근차근
자전거 탈 수밖에 없는 환경 조성

  고유가 때문에 한국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이외로 조용하다. 똑같은 고유가 시대를 맞이했는데도 일본은 석유소비량이 거의 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일정 규모의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도 세계 최저 수준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고유가 시대에도 불구하고 끄덕도 하지 않는 걸까. 그 해답을 찾아봤다. <편>
 
 경차와 중형차의 맞대결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유가시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끄떡없는 이유는 바로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일본의 철도(JR)는 누구나 쉽게 어디든 갈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한 연결망을 자랑한다. 일본 도쿄의 경우 도쿄 근교인 사이타마, 치바, 요코하마, 카나가와현 등 어디든 전철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출퇴근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특급, 급행, 쾌속 등 다양한 노선들이 개발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본인들이 많을 수 밖에. 
 
 이와 달리 한국은 출퇴근시간만 되면 전쟁이다. 전철을 이용하려고 해도 분당 등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광역버스로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부분적 이용만 가능할 뿐이다. 또한 전철이 모든 역을 정차하다보니 도심까지는 도착하는 시간이 길다.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것은 기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대다수 시민들은 자동차를 이용하고 있다. 물론 일본도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일본인 대부분이 경차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차는 다른 차보다 유류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지역 승용차만 해도 235만대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중대형 차가 80%를 넘는 다고 하니 세계적인 경차 증가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이 동력, 자전거가 ‘답’

 일본하면 자전거 문화를 빼 놓을 수 없다. 평상시 대표적인 이용수단이 자전거로  손꼽힐 정도다. 기자가 공항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띈 광경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었다. 교복을 갖춰 입은 학생, 정장을 차려입은 회사원,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주부 등 나이를 불문하고 자전거를 생활 속 중요 이동수단으로 애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일본의 경우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횡단보도에 자전거 구역을 표시해 놓는가 하면 일정 공간에 해전거 보관소를 설치해 놓을 정도다. 또한 자동차 운전자들 역시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우선양보를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일본에서는 이미 자전거 보험이 일반화된 상태다. 자전거도 자동차처럼 번호판을 달고 보험 가입도 활성화돼 있다. 정부는 좀 더 안심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제도적 인프라를 만들어 준 셈이다.
 
 한 시민은“평상시 회사를 다닐 때나 장을 보러갈 때 등 자전거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며 "사고 위험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 했기 때문에 편한 맘으로 자전거를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자전거 이용 시민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고유가시대가 이를 더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들은 기름 값 절약, 건강증진, 환경보호, 교통체증 해소 등을 내세우며 자전거 타기 열풍을 불러일으킨다.
 
길게 보는 시책이 더 빨라

 현재 우리나라는 자전거 타기에 문제점이 적지 않다. 좁은 인도에 만들어진 형식적인 자전 거 도로가 가장 큰 문제다. 또 자전거 도로망이 잘 갖춰지지 않은 곳이 더 많다. 따라서 자전거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크다. 무작정 자전거 타기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이에 걸맞게 자전거 타기 생활화에 기반시설 충족에 주력해야 한다. 
 
 일본의 에너지 절약의 성공은 3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실천했다는 사실이다. 대중교통 및 자전거의 이용을 장려한 일본의 정책이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데 큰 효과를 낸 셈이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눈앞에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발등에 불끄기식'으로 행동했다.
 
 당시 한국은 에너지 절약을 한답시고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공무원 차량운행 ‘홀짝제’, 점심시간 사무실 전등 끄기, 엘리베이터 운행 제한, 자전거 이용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시행 초기엔 관공서의 주차장이 텅 비고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생길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자 에너지 절약에 관심도가 서서히 미미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매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유가에 발 맞춰야 할 때다. 단기적인 해결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평소에도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며 생활 속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도쿄에서 문보미 기자 yongin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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