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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부족한 아이가 가슴속에 남는다.

   
동천초 김봉영 교장
옛말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속담이 있다. 과거에는 가정마다 많은 출산으로 형제자매들이 많았다. 그런 자식들이 다 바르게 성장하고 넉넉한 생활을 하길 바라고 출세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말이 나왔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나의 삶을 반추해볼 때 큰아들은 가정이 어려워 생활전선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일찍부터 직장을 잡아야했기에 아픈 손가락이 되고 둘째는 공부는 어느 정도 잘하기에 학교를 제대로 보내지 못해 아픈 손가락이 되고 셋째는 공부와 담을 쌓고 밖으로만 돌아다니고 친구를 좋아해 술을 많이 먹기에 아픈 손가락이 되고...등의 부모에게는 아픈 손가락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부모님의 가슴에는 아리는 손가락이 그때그때 생겨나기도 하고 긴 삶의 여정을 두고 생겨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정한수를 부뚜막에 올려놓고 아침마다 두 손을 모아 싹싹 빌며 자식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지기를 기도했던 것이다.

그렇게 빌어도 마음에 “콕!” 박혀 지워지지 않는 아픔을 주는 자식이 있다. 그 자식은 죽는 순간까지도 아픈 손가락이기에 눈물까지도 흘려가며 남은 자식들에게 부탁을 한다. 그게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위와 같은 아픈 손가락은 가정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도 이런 아픈 손가락이 있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면 종종 나타나는 교사로서의 눈물이다.

학급을 3월에 맡으면 담임교사로서 학급의 여러 가지 현황을 파악한다. 학습면과 생활면 등을 유심히 살피다 보면 그 중에는 학습을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 생활면에서 거친 아이와 보호가 필요한 아이 등 뚜렷하게 구분이 된다.

잘하고 인성이 바른 아이는 교사가 크게 간섭하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학교생활을 잘 해 나가지만 학습이 부족하고 인성이 비뚤어진 아이는 교사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바로 이런 아이들이 아픈 손가락이 된다.

교사로서 3학년 담임을 할 때이다. 나는 아이들과 교실에서 노래 부르길 좋아해 아침과 하교 시간이 다가오면 꼭 노래를 몇 곡씩 부르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하고 아이들과 재미있게 노래를 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엉엉” 울고 있는 것이다. 왜 우느냐고 달래보아도 그냥 큰 소리로 울기만 하는 것이다.

나중에 알아보았더니 그 아이 앞에서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이다. 이 노래만 나오면 슬프다는 것이다. 얼마나 가슴에 못이 박혔으면 이렇게 슬퍼할까? 가슴이 “찡”한 아픔이다.

한 번은 분교장에서 근무할 때다. 5학년의 오빠와 2학년의 여동생의 이야기다. 아이들이 너무 착하고 공부도 참 잘하는 아이들이었다.

남매간에 정도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오빠는 동생을 살뜰히 챙기고 동생은 그런 오빠를 믿고 따르는 듯했다. 그런 그 학생들의 가정은 참으로 어려웠다.

아버지는 앞을 보지 못하고 어머니는 척추장애(곱추)셨다. 생활이라곤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것이 전부였고 농사 등의 다른 일은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였으며 서로가 의지하지 않으면 밖을 다닐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데 이 자매들은 염소를 키워 가정의 생활에 보탬이 되고자 했다. 학교를 마치면 염소를 돌보고 그 염소를 직접 시장에 팔아 가정 살림을 꾸리는데 보탬을 주었던 것이다.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럽지만 그래도 공부할 나이인 그 아이들이 담임교사에겐 아픈 손가락이었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렇듯 교사들은 그 고민의 크기는 다르겠지만 늘 아픈 손가락들을 덜 아픈 손가락이 되도록 가르쳐 가고 있다. 학습뿐만 아니라 바른 인성을 키워주기 위해 매일매일 기도하고 씨름하고 있다. 그래도 지도가 끝나지 않으면 진급이나 졸업을 한 후에도 여전히 교사의 기억 속에서 또렷하게 기억되는 아픈 손가락이 되는 것이다.

특별하게 잘하는 아이도 기억에 남지만 이렇듯 손길이 필요한 아이도 늘 교사들의 가슴에 아픈 손가락으로 남는다. 자식들의 잘됨을 바라셨던 부모의 마음이나 훌륭한 아이로 바르게 잘 자라주길 바라는 교사들의 마음이나 똑 같은 마음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구명석 기자  gms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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