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2시께 용인시립소년소년합창단 30여명의 단원들이 시청 앞 광장과 1층 로비에 모였다. 합창단 단원들은 “우리 지휘자 선생님과 노래하고 싶어요” “사랑하는 우리 지휘자 선생님을 지켜주세요”라는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한복을 입은채 ‘각설이 타령’과 ‘비나이다’ ‘어느봄날’ 등의 노래를 부르며 시위를 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학생은 “시립소년소녀합창단 강금구 지휘자 선생님을 용인시가 부당하게 해촉해 이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단원들이 나섰다.”며 “학생의 신분으로 저희들이 지휘자 선생님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이것이 전부”라며 지휘자의 복직을 호소했다.

이날 어린아이와 함께 시청 앞 물놀이장을 찾은 시민들이 이를 지켜보며 시위하는 단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1층 로비로 달려온 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들은 단원들의 노래 시위가 끝나자 “청사 안에서는 신고 없이 시위해선 안 된다.”며 “앞으로 주의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7일 용인시시립소년소녀합창단 상임단원으로 14년간 근무해온 지휘자 강 씨와 반주자 고 씨는 7월 말 재계약을 앞두고 용인시 문화관광과로부터 해촉 통보 공문을 받았다.
이유는 강 씨가 평정위원회의 합격점수 70점에 0.35점이 모자란 69.65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반주자 고 씨에 대한 평가 점수는 74.99로 기준 점수 70점을 넘겼는데 같이 해촉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강 씨는 “평가점수가 70점 이상이면 재계약인데 69.95로 0.35점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저를 해촉했다고 해서 처음에 이해가 안 갔다.”며 “지난해 전국시립소년소녀합창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창작뮤지컬 포은의 노래 등을 제작하면서 나름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평가점수가 기준 미달이라니 말도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강 씨는 “더욱이 평가 기준에 평가위원들의 최고 점수와 최저 점수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평가위원들의 평균 점수로 평점을 주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지휘자의 평점을 5명의 평가위원들이 평가한 항목에서 최고 점수와 최저 점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점수로 평점을 매겼다.”면서 “5명의 평가위원 중 소년소녀합창단 그리고 음악과 관계없는 심사위원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평가를 받았다는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향후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며 평가방식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했다.

시립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와 반주자의 해촉 소식을 접한 합창단원들과 학부모회인 자모회는 두 차례나 정찬민 시장을 만나 지휘자 해촉과 관련해 철회해줄 것을 요구했다.

사실 강 지휘자의 주장대로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후원을 받아 포은아트홀에서 창작 뮤지컬 공연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더욱이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이번달 열리는 정부의 8.15광복절 행사에 초청될 정도로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다.

합창단원의 학부모는 “대다수의 합창단원들이 6~7년 이상을 지휘자, 반주자 선생님과 생활하였고 그동안 시립합창단을 잘 이끌어 오면서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아진것도 사실”이라며 “앞으로 중요한 공연들도 앞두고 있는데, 시의 이러한 처사에 대하여 이해할 수 없다.”며 문화관광과의 처분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지휘자와 반주자의 해촉과 관련해 항목별 평가점수 산정 방식은 2011년 조례에 있는 내용으로 문제가 없다.”며 “지휘자는 70점 미만으로 조례의 해촉 사유에 해당되고, 반주자는 70점 이상이지만, 조례를 근거로 시가 위촉기간이 만료되어 재위촉을 하지 않았다.”며 해촉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시는 해촉한 지휘자 강 씨와 반주자 고 씨에 대해 논란이 커지자 최근 재검토 후 반주자를 재위촉 했다.

이와 관련해 고 씨는 “지난달 29일 시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해촉은 없었던 일로 하고 제 위촉을 하게 됐다”며 “내부사정이니 자세한 얘기는 해줄 수 없고 8월 첫주부터 출근했으면 한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또 지휘자 강 씨에 대해선 시가 객원지휘자로 일해 줄 것을 제안했지만 강 씨는 이를 거절했고, 지난 15일 비상임 객원지휘자 모집공고를 내고 현재 다른 객원지휘자를 위촉하고 시장과 면담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시 담당자는 해당 재계약 평가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합창단을 둘러싼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어 지휘자와 반주자의 부당 해촉 강행 논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구명석 기자  gms75@hanmail.net

<저작권자 © 용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