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산사에서는 목탁소리도 풍경이 된다.
시간이 정지한 듯 고즈넉한 절마당, 떨어진 단풍잎을 쓸어 담는 스님의 모습도 한 폭의 그림 같다.
소담한 단풍과 어우러져 더욱 운치 있는 전나무길을 걸으며 산세를 찬찬히 둘러본다.
오대산 산마루를 바라보니 벌써 가을의 중턱이다.
◆ 전나무 숲길을 따라 = 남쪽으로 흐르던 태백산맥이 차령산맥을 만나는 곳, 평창에 자리한 오대산은 산맥의 힘을 이어받아 남성적인 기운을 지니고 있다.
비로봉을 주봉으로 동대산, 두루봉, 상왕봉, 호령봉의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1000ｍ가 넘는 준봉들이 많아 웅장한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산세가 험하지는 않다.
대체로 편평한 고원지대 특성을 갖고 있어 가볍게 등산하기에 제격이다.
숲길을 따라 산책하는 주민들도 종종 보인다.
전나무 잣나무 서어나무 산벚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로 빽빽한 천연수림이 청량감을 준다.
오대산 나들목은 침엽수가 우거진 숲길로 시작한다.
감갈색 전나무 숲 터널이 1㎞가량 이어지는 이 길은 삼림욕 트레킹 장소로 유명하다.
전나무 뒤편으로는 다양한 수종의 활엽수가 자리하고 있다.
요즘 같은 가을에 찾으면 사시사철 푸른 침엽수림과 조화를 이루는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이미 9월 말부터 금강산을 물들이고 설악산을 거쳐 오대산으로 내려온 단풍은 10월 중순이면 절정에 이른다.
단풍은 기온이 떨어지면서 잎의 엽록소가 파괴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올해는 맑은 날이 많고 일교차 또한 커 단풍빛이 더욱 곱다고 한다.
오대산 단풍은 화려하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멋이 있다.
제 각각 다른 색으로 물드는 나뭇잎들이 색색의 꽃잎처럼 예쁘다.
남성스런 능선과 여성스런 단풍의 조화가 퍽 절묘하다.
숲 왼쪽으로는 월정계곡이 자리하고 있다.
1급수에만 사는 산천어와 열목어 등이 서식할 만큼 깨끗한 계곡이다.
청명한 물소리를 들으며 흙길을 걸으니 머릿속에 그득하던 근심과 걱정이 훌훌 날아가는 듯하다.
◆ 유서 깊은 사찰을 찾아 = 오대산은 너른 산자락에 유서 깊은 사찰인 월정사와 상원사를 품고 있다.
전나무 숲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월정사 일주문이 있다.
일주문을 들어서 숲길을 따라 가다보면 월정사 경내가 나타난다.
신라시대 때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고 돌아온 자장율사는 오대산 비로봉 기슭에 석가모니 사리를 봉안하고 적멸보궁을 창건했다.
그 뒤 월정사를 세우고 경내에 팔각구층석탑을 지어 그 안에 석가모니 사리를 모셨다.
그런데 한국전쟁 때 월정사가 입은 피해는심각했다.
현재 월정사의 모습이 말끔한 이유는 타버린 사찰을 재건립했기 때문이다.
이제 월정사는 과거의 아픔은 말끔히 잊고 부처의 자애로운 마음으로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다.
월정사를 나와 상원사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부도밭이 펼쳐져 있다.
부도는 스님의 사리를 묻는 탑의 일종이다.
넓은 터에 24기의 부도가 자리해 있는데 같은 종 모양인 듯하나 자세히 보면 모두 다르다.
상원사는 조선의 세조 임금이 문수보살을 만나 병을 고친 이야기로 유명한 사찰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문수동자상을 모시고 있다.
어린아이 같은 앳된 얼굴을 하고 있는 문수동자상은 상원사의 주요 예불 대상이다.
또한 상원사 동종은 우리나라 동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장식 문양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계절에 따라 다르게 울리는 종소리가 매우 아름답다.
높고 푸른 하늘과 오색 단풍을 호위병 삼아 오대산 양지 바른 기슭에 자리한 월정사와 상원사는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준다.
△한국자생식물원＝3만3000평쯤인 널찍한 비안골 터에 자생식물 400여 종과 70여 종의 희귀식물, 멸종위기식물 등 모두 야생화 1300여 종이 오대산의 건강한 기운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
월정사 상원사와 연계해 다녀오면 알찬 코스가 된다.
△상품정보＝느낌여행에서 `오대산 단풍 트레킹` 상품을 마련했다.
단풍이 장관인 가을, 오대산 숲길을 걸으며 건강까지 함께 챙길 수 있는 여행이다.
상원사와 적멸보궁에 들르고 비로봉에 올라 산세를 감상한다.
월정사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