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교 의원 측이 57개 언론사에 발송한 공문서.

 새누리당 한선교 국회의원이 자신과 관련된 내용의 기자회견 보도를 막기 위해 본지를 포함한 지역언론사 등 57개 사에 협조공문을 배포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한 의원은 지난 23일 오전 같은 지역구인 수지구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종희 예비후보가 용인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자 이날 오후 지역언론사 등 57개 사에 ‘언론보도 협조 요청의 건’이라는 공문을 이메일로 발송했다.

한 의원은 공문을 통해 “민주통합당 김종희 예비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은 지난해 경찰과 검찰에서 이미 무혐의로 종결된 사안”이라며 “팩트가 아닌 내용으로 유권자들의 판단을 혼동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기사를 게재할 경우 부득이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드린다”며 언론사에 사실상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김 예비후보 측에 따르면 지난 16일 김 예비후보가 트위터 상에 “19대 입성하면 한선교 도청 특검법을 반드시 발의할 것이다. 이 사건은 KBS 수신료 인상을 위해 야당 대표실을 도청한 파렴치 중의 파렴치한 사건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다음날인 17일 수지구 선관위는 “위 트위터 글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담은 고발장이 익명으로 접수됐다. 

선관위는 20일 김 후보 측에 고발 내용과 관련한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하였고, 김 후보 측은 특검법 내용과 관련 보도 내용 등을 첨부한 자료를 제출, 선관위는 이 고발 건을 검찰로 이첩했다. 김 후보 측은 23일 용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선교 후보 측에 의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 측은 “국회의 권위를 등에 업고 지역 언론사들을 압박하려는 행위는 비판 받아야 한다”며 “언론 보도를 통제하고 언론사에 압력을 가한 한 후보 측의 행태에 대해 이번 총선에서 시민들이 심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선교 의원이 57개 언론사에 보냈다는 공문 내용을 보고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며 “법적인 조치를 운운하며 사실을 보도를 하려는 언론들에 재갈을 물리려는 실로 경악스런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체 수년 째 국회 문방위원을 하고, 문방위 여당 간사까지 지낸 국회의원이 어떻게 이런 식의 구시대적이고 반민주적인 언론 탄압을 공공연히 자행할 수 있는 것이냐”며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선교 의원과 KBS기자의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의혹 사건은 지난해 12월 29일 "도청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구명석 기자  gms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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