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6일간 2012년도 용인시 예산에 대한 각 상임위심의와 예결위 계수조정이 진행됐다.
그러나 2011년도 본예산 1조1442억 원 보다 29%(3320억 원) 증가한 2012년도 본예산 1조 4762억원에 대한 심의와 계수조정은 마치 '초읽기에 몰린' 바둑을 보는 것 같다.

시는 심각한 재정난을 타게하기 위해 모든 사업구상 시 우선 재정확보방안을 마련하고, 전 사업을 제로베이스 관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반드시 필요한 사업만 예산에 반영토록 하며 국·도비 사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처 등을 통한 의존재원 확보에 주력한다는 전제하에 예산을 편성했다.

용인시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세외수입과 지방교부세 등이 각각 6.05%, 27.27% 감소한데다 용인경전철의 판정이행금 5159억원을 지급해야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비상시국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실,국별로 총액을 크게 삭감해 배정했다.

일반회계의 경우 2011년도 실,국별 총액은 5435억원이었으나 2012년도엔 5147억원으로 288억원을 줄였다.
그렇다면 시가 상정한 예산에 대해 시의회는 어떤 방침을 세우고 예산을 심의했을까.
의회는 우선 복지산업,자치행정,도시건설 등 3개 상임위원회별로 총액을 줄이는 방침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의 상임위 심의에서는 사업성,행사성 예산을 최대한 삭감하려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관주도 설립논란을 빚었던 문화재단은 사업성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체육회의 경우 2011년도에 40%나 삭감됐던 꿈나무 선수 육성예산이 동결되는 가하면, 시장과 부시장,국장 등의 업무추진비를 20%씩 삭감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새마을회 등 사회단체 보조금 가운데 행사성 예산도 크게 삭감되고, 자원봉사센터의 경우 센터장의 연봉가운데 1500만원을 삭감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반드시 투입해야 할 계속사업과 사회간접자본 분야의 예산만 반영하고 행사성 사업은 최대한 삭감한다는 시의회의 노력은 일단 시의 재정난을 타게하고 지방채발행에 따른 시의 살림살이를 최대한 규모있게 짜려는 의지가 엿보여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같은 무조건적인 삭감이 능사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가정을 예로 들어보자.
집을 사기 위해 아버지가 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그렇다고 자녀들의 학비를 크게 줄이거나,좋아하는 운동이나 음악공부를 못하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녀들은 살맛이 안난다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초읽기에 몰리는 예산심의도 개선돼야 한다.
기초의회의 연간 정례회 회기일수는 40일로 제한돼 있다.
매년 7월에 20일간,12월에 20일간 40일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다음 해 본예산을 심의하는 기간은 하반기 정례회 회기 가운데 6일뿐이다.
상임위가 3일간 심의하고 3일간은 예결위에서 계수조정을 하면서 상임위 때 미처 거르지 못한 부분을 다시 검토해 예산을 삭감하거나 부활시킨다.
인구 93만명의 삶의 질을 좌우할 1조4000~1조5000억원이라는 거대규모의 예산을 6일이내에 심도있게 심의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지방자치법을 고쳐서라도 깊이 있는 예산심의를 해야 한다.
장례회 회기일수를 늘리거나 상반기 정례회기일수 20일가운데 5일을 불이고 다음 해 본예산을 심의하는 하반기 정례회기일수를 25일로 늘려 예산심의 일수를 최소한 10일이상으로 정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례회기 일수를 늘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지만 행안부가 의원들의 회의수당 부담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례회기일수 조정은 합리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집행부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시의회가 예산을 너무 많이 삭감해 일하기 힘들다는 핑계를 대기전에 재정난이 심해진 이유는 무엇인지 파악하고,재정난 타개책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합리적인 예산편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용인시는 오는 2013년부터 주민참여예산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극빈층에서부터 중,상류층까지 그리고 모든 직업군의 사람들이 예산편성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다.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참여민주주의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민참여예산제 사행을 앞두고 넘어야 할 산은 너무나 많다.
재정난 타개만에 매달리고, 초읽기에 몰리는 예산편성과 심의가 개선되지 않는 한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예산이 무엇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찬형 기자  kch-878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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