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용인에서는 때아닌 고사성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름아닌 김학규 용인시장(민주당)과 김정식 시의원(한나라당) 간의 가시돋친 싸움이다.
신갈 토박이로 동네 형,동생 사이인 두 사람의 갈등은 김의원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다.

<1라운드>

김 의원은 지난 7월 6일 제162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 시장에 대해 행정력 부재의 일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특히 "시장이 시정은 돌보지 않고 행사장에 다니며 노래나 부르고, 하모니카나 불면 되냐"면서 "시장뒤에 실세가 따로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후 김 시장은 7월 25일 시청홈페이지 '김학규 생생칼럼'을 통해 반격하고 나선다.
젖내가 난다는 뚯의 '구상유취(口尙乳臭)'라는 고사성어를 빗대어 김 의원을 '젖비린내나는 어린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2라운드>

그로부터 4개월뒤인 11월 25일.
두 사람은 2라운드에서 맞선다.
이날 열린 용인시의회 제164회 제1차 본회의에서 김 의원은 시정질문에 나선다.
김 의원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며 "옛말에 세 살짜리 어린 아이한테도 배울 것이 있다. 젖내 나는 입으로 아들뻘인 본의원이 말씀드리기가 어렵지만 바른 말을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순간 김 시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기는 신성한 본회의장”이라며 “시정에 관한 질문만 해 주시고 개인에 관한 부분은 삼가도록 제지해 주기 바란다”며 이상철 의장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시정 질문은 이어졌다.

그는 “바른 말을 하고 의원으로서 시장과 집행부를 견제하라고 뽑아준 시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의원이 되고자 또 다시 직언을 한다”고 선전포고했다.
그리고 김시장처럼 고사성어를 인용한다.

옛말에 명심보감 중 ‘영부월이정간(迎斧鉞而正諫)하며 거정확이진언(據鼎廓而盡言)이면 차위충신야(此謂忠臣也)니라’ 라는 말이 있는데 ‘도끼를 맞더라도 바르게 간하며, 가마솥에 들어가더라고 할 말을 다하면 이 사람을 충신이라 한다며 본의원의 젖비린내가 진동하는 말이 충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 이어 “시장! 제발 귀를 여십시오. 또 다시 젖내 나는 입으로 말씀드린다”며 “명심보감 중 “도오선자(道吾善者)는 시오적(是吾賊)이요. 도오악자(道吾惡者)는 시오사(是吾師)라며 ‘나를 선하다고 말하는 자는 나의 도적이고, 나를 악하다고 말하는 자는 이 사람이 나의 스승이니라. 잘 한다는 말은 아첨이 들어있고, 잘못을 지적해주는 말이야 말로 내 잘못을 고쳐주는 스승”이라고 덧붙였다.

명심보감은 김시장이 퇴근하면 집에서 자기전에 꼭 한 번씩 읽는다는 책이다.
김 의원의 시정 질문이 끝나자 이상철 의장은 10분간 정회를 시켰고 이상철 의장과 이우현 부의장, 김순경, 설봉환 의원은 의장실에 모여 긴급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  김 시장의 공개사과를 받는 것으로 매듭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시정질문에 대한 김 시장의 시정답변은 오는 12일 제4차 본회의에서 하기로 예정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혈전(血戰)을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의 시각은 어떤가.
한 마디로 '난형난제 (難兄難弟)'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고사성어는 '형 노릇 하기도 어렵고, 동생 노릇 하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양자(兩者) 중에 어느 편이 낫다고 판단할 수 없는 경우에 사용된다.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말이다.

중국  한(漢)나라 진원방(陳元方)의 아들 장문(長文)과 그의 사촌, 즉 원방의 동생 계방(季方)의아들 효선(孝先)이 말다툼을 한다.
서로 자기 아버지의 공덕이 더 훌륭하다고 주장하다가 결말이 나지 않았다.
이에 할아버지인 진식(陳寔)에게 가서,판정을 내려줄 것을 호소했다.
이에 진식은 "원방도 형 되기가 어렵고 계방도 동생 되기가 어렵다(元方難爲兄 季方難爲弟)"라고 대답했다.

김 시장과 김 의원은 93만 용인시민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공인(公人)'이다.
두 사람 모두 '난형난제'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

김찬형 대기자  kch-8781@hanmail.net

<저작권자 © 용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