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가 국제중재원의 용인경전철(주) 지급판결통보에 지난 6일 경량전철과 정규수과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용인시가 공사를 완료하고도 1년이 넘도록 개통을 못하고 있는 용인경량전철과 관련해 시행사인 용인경전철㈜에 수천억원을 배상해야 할 처지에 놓여 시의 대응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에 따르면 용인경량전철 개통, 계약 해지와 관련해 국제중재법원에서 시행사인 용인경전철㈜에 “최소해지시 지급금을 지급하라”는 1단계 판정이 내려지면서 5,159억원을 지급하라고 4일 시와 용인경전철(주)에 통보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국제중재원에서 내려진 1단계 판정 주요내용을 보면 시는 판정일로부터 7일 이내인 11일까지 용인경전철(주)에 최소해지지급금 5,159억원 가운데 4,530억원을 대주단(채권단)에 지급해야 한다. 나머지 미지급액 629억원에 대해선 시가 실시협약을 해지한 날부터 최소해지시 지급금을 모두 변제하는 날까지 연 4.75%의 이자를 지급토록 했다.

국제중재판정 결과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중재결정된 지급액은 시행사가 신청한 손실비용 7,759여억원 가운데 용인시와 의견이 일치하는 경전철 공사비용이다. 나머지 2,600여억원의 손실액에 대해서는 내년 3∼4월쯤 2차 판결이 내려진다. 2,600여억원은 시와 시행사 간 이견이 커 양측의 과실 유무를 따져 결정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판정에 이어 국제중재법원은 내년 초에 예정된 2,600여억원의 계약해지 책임을 둘러싼 2단계 판정에 대한 작업에 들어 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2단계 결정에서도 국제중재법원이 용인경전철(주)의 손을 들어 주면 시는 내년 초까지 7,759여억원을 배상해 줘야 하는 최악의 상황과 재정운용의 차질은 물론 예상치 못 하는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는 사태까지 예견되고 있다.
용인시는 6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상황에서 최소해지시지급금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없고, 용인경전철㈜와 협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또 경전철 운영의 재협상을 추진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고, 모든 협상이 결렬돼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 지방채를 발행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조만간 용인경전철㈜와 협상을 통해 최소해지시 지급금 분할상환 협상을 벌일 것”이라며 “최소운영수입 보장률(이하 MRG)을 정부차원에서 일부 지원하는 도시철도법 개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지난 4일 국제중재법원의 판정을 통보받아 이에 따른 후속대책을 마련 중인 상태로 연 20%의 이자를 주장했던 용인경전철(주)의 입장과 달리 시가 주장한 연리 4.75%가 받아들여졌다”면서 “우선 급한 것은 최소해지시지급금 마련 등에 대한 협의와 함께 내년 상반기 2단계 판정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는 이번 1단계 판정에 따라 당장 11일까지 지급해야 최소해지지급금 4,530억원을 시 예산으로 확보하거나 또 적자가 뻔한 경전철 사업에 다른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또 분할 상환을 위해 지방채 발행을 고려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용인시 지방채 발행 한도액은 800억원이다. 한도를 초과할 경우 행정안전부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한도액의 5배가 넘는 지방채 발행을 승인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따라 시는 용인경전철㈜과 당초 계획대로 경전철사업에 대해 재협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는 후문이다.
시는 조만간 용인경전철(주)과 지급방법과 시기를 놓고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시와 그동안 갈등을 빚어온 용인경전철(주)과의 협상 또한 얼만큼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계약해지에 따른 국제소송이 진행되기 전과 1단계 판정이 내려진 지금의 시 입장이 바뀌었기 때문에 협상 자체가 회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용인경전철㈜ 김학필 대표이사는 “준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용인시의 막무가내 대응으로 법원 판결이라는 최악의 결정을 택하게 됐다”며 “하지만 하루 1억5000여만원의 연체이자를 물고 있는 우리로서는 11일까지 4,530억원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 등의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시민들은 물론 공직사회조차 무대책으로 경전철을 무용지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재정위기까지 불렀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기흥구 동백동에 거주하는 김영철(47)씨는 “시가 철저한 검토 없이 용인경전철(주)과 승산 없는 싸움을 벌여 시민에게 불편을 주고 시간적·재정적 낭비만 초래했다”며 “지금이라도 특단의 대책을 세워 시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경전철문제의 조기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천억 원의 예산을 낭비하게 된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해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수원지검은 용인지역 시민단체가 “경전철 사업 과정의 비리 의혹에 대해 규명해 달라”며 고발장을 제출함에 따라 조만간 수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앞서 용인지역 1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용인경전철범시민대책위원회는 5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또 용인시의회도 수원지검에 경전철 사업 전반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용인경전철범시민대책위원회 강성구 상임공동대표는 “경전철 차량 구입과정 및 역사 건립, 조경사업 등의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비리의혹을 수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밝혀야 할 것”이라며 “지난해에 벌써 개통했어야 할 경전철이 온갖 문제로 표류하다가 5,159억원을 지급하라는 국제중재법원의 1단계 판정으로 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시의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책임소재에 대한 질타는 물론, 주민소환요구 등 시민피해를 줄이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명석 기자  gms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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