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저축은행사태 등을 기점으로 공직기강 확립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감사원과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실 등 사정기관에 공직자 비리 감찰 활동과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한 예방 활동을 강화할 것을 수차례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내달부터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감찰에 나서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저축은행 비리사건에 전·현직 공직자들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고 공금횡령, 금품 향응수수, 성범죄 등 비리가 잇따라 터지고 있어 공직기강 해이를 이대로 나둬선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듯 하다.

이 대통령도 며칠전 국무회의에서 "공직비리가 한계에 도달했고 이대로는 안된다"며 "범국가적으로 이런문제를 정리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공직기강 문란이 도를 넘어 임기 말 국정운영에 차질이 우려될 정도로 인식하고 비리 척결을 위해 보다 강력한 대책을 세워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공정한 사회를 실현해야 하는데 공직자들의 전관예우나 비리 관행을 먼저 척결화지 않고는 공정사회가 불가능하다는 게 대통령의 인식 이라고 말했다.

국무총리실이 공개한 지난 1~5월 적발한 공직비위 사실 내용을 보면 공무원 부패가 어느 정도 심각한 지를 짐작할 만하다. 지방공무원들이 평일 근무시간 중에 근무지를 무단이탈하거나 허위출장 방법으로 인근 골프장에서 골프를 하다 적발되는가 하면 모 지자체 간부는 업무와 관련된 건설업체 대표에게 수백만원을 수수했으며 부하직원들에게 상품권을 받아 챙기다 적발됐다. 한 지자체 과장급 공무원은 허위로 출장처리를 하거나 직원 출장비 중 일부를 환수했고 관련업체 등에서 받은 돈으로 과경비를 마련, 회식비 등으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공금을 횡령하고 청사내에서 수시로 카드도박을 하다가 적발되는 등 비리유형도 여러가지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 시기나 공공기관장 교체 시기에 감찰을 더욱 강화하고 세무, 건축 등 취약분야에 대한 합동 집중단속을 하는 방안도 공직기강확립방안에 포함됐다. 제도개선 분야에선 법정 처리기간이 경과되면 인허가가 완료된 것으로 간주되는 자동인허가제도 도입 및 확대, 행정규제 대폭 개선, 행정정보 공개 확대 및 행정처리절차 투명화, 자치단체장의 책임성 제고 방안 등이 거론됐다.

공무원 부패와 기강해이가 더 이상 놔둬선 안될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정부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공감하고 있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뿌리가 깊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단속에도 부패는 줄어드는 기색이 없다. 공직사회의 구조적인 비리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채 감찰활동을 강화해보았자 그 기간이 지나면 기강이 다시 느슨해지는 풍토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정당국이 철저한 감찰활동 등을 통해 기강 문란행위를 단속해야겠지만 무엇보다 공무원 스스로 비리와 부조리를 추방하고 국민의 봉사자로서의 사명의식을 확고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감찰기구의 인력을 보강하고 공직기강확립에 대한 기관장의 의지를 가지고 내부 고발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 고발자 보호 의무를 위반할 경우 징계하는 등 고발자 보호를 위한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 이번 “공직비리는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 진입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다. 제도와 관행 개선에는 정부 뿐만 아니라 언론과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다”

박경국 기자  insky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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