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대로 인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한 아이를 생각하자니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이번에도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어른의 미안함을 넘어 반성과 함께 큰 책임을 느낀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최근 발행한‘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33,532건의 아동학대의심사례 중 24,604건(73.4%)이 아동학대사례로 판단되었다. 2014년에 기록한 10,027건과 비교했을 때 약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 통계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서 신고 접수된 건수만 집계한 것이므로 실제 아동학대로 인한 피해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약 10%가 재학대로 신고 접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학대는 학대가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아동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재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대피해아동의 후유증 회복 및 학대위험요소 제거가 중요하며, 아동의 가족 기능이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례관리를 통해 아동의 안전을 보호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아동학대 발생 이후 체계적인 사례관리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필자가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경기용인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굿네이버스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 모형’을 바탕으로 아동을 비롯해 학대행위자 및 비가해 보호자를 포함한 양육자를 대상의 분노 조절, 양육기술훈련, 가족관계 개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서비스 모형이 있다 한들 기관  수나 인력과 같은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아동복지법 제45조에 근거하여, 시·군·구에 1개소 이상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되어야 하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을 포함하여 전국에 68개소 정도가 설치 및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거주하는 용인시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지만, 이천시, 여주시를 동시에 관할하고 있어 신속한 대응 및 지속적인 사례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상담원들이 매일같이 밀려드는 아동학대에 대한 현장조사와 사례관리까지 함께 담당하고 있어 많은 사례를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다. 선진국은 아동보호전문기관 한 명의 상담원이 평균 20~25건을 관리하는 반면, 국내의 경우, 한 명이 평균 약 60건 정도의 사례를 관리하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해 거의 3배에 가까운 숫자이다. 이렇게 한 명의 상담원이 많은 수의 아동을 관리하다 보니, 쉽게 소진될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사례관리를 수행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리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좋은 서비스 모형이 있어도 모든 사례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설치 근거가 마련된 뒤 현재까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대다수는 민간기관에 위탁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올해 5월, 정부는‘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함으로써 아동학대 대응체계에 대한 전면 개편 계획을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사회복지 공무원이 확충되어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현장 조사 업무를 공공에서 담당하고 민관기관은 재학대 예방 및 아동의 안전 확보를 위한 전문적 사례관리 담당에 힘을 싣게 된다.

지금도 아동학대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아동학대 대응체계 방향이 마련되었고 민간기관의 경험과 노하우가 담긴 전문적 사례관리 서비스도 개발됐다. 아이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하루 빨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수와 인력이 확충되길 소망해 본다.

송정민 기자  bgg41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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