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가 허가된 보관량보다 4배 이상 초과해 불법으로 폐목을 보관하다 불이나 10일 만에 진화된 임목폐기물 처리업체인 K업체에 대해 화재복구에 들어간 비용을 시 기금인 재난관리기금으로 지원을 진행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K업체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행정처분은 물론 대표까지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런데 시가 민간 사유시설 사용이 제한된 재난관리기금을 불법운영을 한 해당 업체에 지원하기 위해 국민안전처와 시청법률자문, 경기도 감사총괄 담당관 사전컨설팅감사팀 등에 질의를 통한 유권해석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지원을 모색하고 있어 의구심이 든다. 또한 한 언론매체에 따르면 시가 이 업체 2008년 설립 후 8년간 단 한차례만 현장 지도·점검을 실시해 특혜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해당 업체 대표가 용인시장의 친인척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변에선 "공무원들이 시장의 친인척이기 때문에 과잉 충성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흘러나온다.

시와 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12일 오전 7시께 처인구 이동면 덕성리에 있는 K임목폐기물 처리업체 야적장에서 불이 발생해 열흘인 21일 화재를 진화에 할 수 있었다.

당시 폐목은 아파트 5층 높이(약 20ｍ)인 1만톤 가량 쌓여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폐기물관리법에서 정한 허용 보관량인 2,240톤(보관일 25일 이내)을 4배 가까이 초과했다. 이로 인해 완전 진화하는데 열흘이 걸릴 정도로 소방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시는 소방서의 요청으로 불길이 인근 야산이나 공장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인력과 굴삭기, 덤프트럭, 암롤박스토럭 등 중장비 167대를 지원했다. 당시 응급복구장비로 들어간 비용은 1억700여만원에 달하며 이는 업체가 부담하는 돈이다. 또한 이 사업장은 2014년부터 3차례나 자연발화에 의한 불이 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시는 화재 이후 K업체에 1억여원을 재난관리기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이에 용인시의회 윤원균 의원은 “불이 난 곳이 민간업체의 사유재산이어서 시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시설에 한정해 재난관리기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한 관련 조례에 따라 기금에서 장비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은 시민 혈세 낭비”라면서 “더구나 이 업체가 폐기물관리법에서 정한 양보다 많은 폐목을 저장해 놓아 피해를 키웠고, 불법행위가 이뤄진 사유재산의 응급복구 및 진화활동에 기금을 투입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며 제동을 걸었다.

실제로 재난관리기금이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지자체가 준비해 놓은 예산으로 국민안전처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시설’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공분야 재난 예방활동에는 지자체 판단에 따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되어있다.

시의회가 재난기금 사용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시와 처인구청은 상황이 이러한데도 시의회의 지적을 피하기 위해 시청 법률자문관, 고문변호사, 국민안전처 등 면피성 유권해석까지 받으며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재난관리기금과 관련해 시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아직 지급하겠다고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민안전처로 부터 화재 발생으로 다수인의 안전을 위협이 확실시 우려됨에 따라 사유시설이라고 공공시설로 사용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가 밝힌 대로 처인구청은 지난달 21일 국민안전처로부터 재난관리기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10월 초 처인구청 건설도로과가 국민안전처에 질의한 내용은 ▲폐목 1만톤이 발화하여 인접 야산으로 화재가 확산 진행 ▲폐목연소로 인근지역 유해물질, 대기오염 등 사회재난 피해확산 우려 ▲이동면, 남사면, 화성시 동탄에서 화재연기에 따른 민원 다수 발생 ▲화재 규모가 상당해 소유자(업체 대표)에게 긴급조치 기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처인구청, 용인소방서 대책회의 실시결과 용인소방서장에게 화재진압 및 긴급복구활동을 위해 중장비 임차지원을 요청 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장비를 임차하여 화재에 긴급 대응한 내역을 재난관리기금으로 집행가능한지에 대한 적법성여부를 물었다.

그런데 처인구청에서 국민안전처에 질의한 내용 중 석연치 않은 부분은 해당 업체의 불법으로 허용 보관량의 4배를 초과해 폐목을 쌓아 놓고 운영하다 발생된 화재라는 점을 빼놓고 질의해 유권해석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시가 주장하는 ‘공공성’이 과연 이러한 상황에 적합한지 납득하기 힘든 점이다.

또한 처인구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처인구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재난기금을 지원한 사례는 20여건으로 이번 화재처럼 정부에 재난기금을 사용해도 되는지 유권해석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에 대해 처인구청 건설도로과 관계자는 "화재 당시 인근지역에서 유해물질 대기오염 등 사회재단 피해확산이 우려되고, 화재연기에 따른 다수민원이 있어 중장비 대금을 기금으로 사용가능여부를 국민안전처로 질의했다.”면서 “안전처의 질의 내용에 대해 사유시설이라 할지라도 소유자가 긴급한 조치가 안 되고 방치할 경우 불특정 다수인의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면 공공분야 예방활동에 포함돼 해당 시 조례에 의거 조치하라"며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본지기자는 국민안전처 예방총괄과 관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용인시에 재난안전기금 사용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이유에 대해 물었다.

국민안전처 예방총괄과 관계자는 “처인구청이 질의한 내용에는 해당 업체가 불법운영하다 발생된 화재라는 내용은 없었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처음 듣는 얘기고 알지도 못했다.”며 “질의서를 보면 공공성을 강조하며 재난기금을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보였고, 추후 문제가 생길 경우 처인구청이 면피성으로 정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재 발생의 면면에 대한 확인이 어려워 지자체의 말에 의존해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 때문에 공공성이란 명분을 내세워 재난기금 사용을 요구한다면 정부는 기금 사용을 제한하기가 사실상 힘들다.”면서 “하지만 꼭 기금을 사용하라는 말은 아니다. 회신내용을 보면 해당 지자체 조례에서 정한 세부 규정에 의거해 조치하라고 적혀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처인구청 건설도로과는 재난기금 민간업체 지원을 반대하는 시의회와 언론의 눈치를 보며 지난 17일 시청 감사과를 통해 경기도사전컨설팅감사팀에 질의를 해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시청 재난안전과와 처인구청은 경기도사전컨설팅감사팀의 유권해석을 보고 재난관리기금을 지급할 것인지를 최종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성시는 용인시와 다르게 ‘안성시 재난관리기금 운용관리조례’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를 위한 공공분야 재난 예방활동 부분을 구체적으로 개정해 ▲화재 및 붕괴 등으로 인하여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의 생활환경에 영향을 주고 그로 인하여 심각한 피해가 발생되었거나 피해발생 우려가 되는 경우 ▲그 밖에 시장이 재난예방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업 등에는 재난관리기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확하게 명시해 놓고 있다.

이로 인해 2014년 3월 발생한 민간업체 대형화재인 안성시 K냉장창고 화재 사건으로 투입된 시비 49억원을 행정대집행 비용회수를 위해 사업주의 부동산과 채권을 압류 하는 등 신속한 후속초치를 완료하여 압류 추심 등 각고의 노력으로 투입됐던 비용 49억원 전액을 회수 했다. 이러한 결과는 민간업체 대형화재에 있어서 안성시가 사고수습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로 용인시와 비교되는 점이다.

이에 대해 시의회 윤원균 의원은 “인근 안성시의 사례를 보면 안성시 공무원들은 행정대집행에 들어간 시비 49억원을 추후 적극적인 노력과 행정으로 49억 전액을 환수처리 했는데, 용인시는 오히려 공공성이라는 것을 내세워 기금을 지원하려는 것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다.”면서 “시의회 입법지원팀으로부터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는 기금집행은 기금조례에서 정하는 목적 사업 외에 다른 목적으로 집행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므로, 용인시 재난관리기금 조례의 규정내용에 비추어 개인 소유 임목폐기물 야적장의 화재진압시 동원한 덤프트럭 및 굴삭기 임차료 등을 재난관리기금에서 지출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법령 유권해석을 다시 받아 그것에 맞는 감사를 실시한 후 문제가 있을시 반듯이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그것에 부합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명석 기자  gms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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