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배우 김하늘이 주연한 영화 7급 공무원은 속이는 것이 직업이고,거짓말을 하는 것이 주인공의 주특기다.
김하늘(영화속 이름은 '수지')은 여행사 직원으로 위장한 경력 6년차 국가정보원 요원이다.
국정원 소속으로 과거는 밝혀도 정체만은 밝힐 수 없는 직업이다.
직업의 특성상 남자 친구 ‘재준’에게 조차 거짓말을 밥 먹듯 하다가 버림을 받는 아픔을 당한다.
하지만 '수지'가 하는 거짓말은 선의의 거짓말이다.
자신이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하는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최근 용인시 건설과 소속 7급 공무원 전모씨(39)이 대낮에 용인시 청사에서 자신이 감독하는 도로공사 시공업체 직원으로부터 현금 500만원을 받다가 국무총리실 감찰반에 현장 적발됐다.
전 씨는 지난 9일 오후 3시30분께 청사1층에 있는 농협 시청 출장소 옆 화장실에서 관내 도로공사 C업체 직원으로부터 5만원권 100장이 든 봉투를 받았다.
업체 직원은 농협 시청 출장소에서 현금을 인출한 뒤 화장실에서 전 모를 만나 돈을 건넸다.
당시 농협출장소에서 업체 직원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국무총리실 감찰반 직원은 이들이 돈을 주고 받는 장면을 목격하고 현장에서 붙잡았다.
경찰 조사결과 전씨는 지난 2008년부터 도로공사 업무를 맡으면서 10여차례에 걸쳐 업체들로부터 6500만원의 뇌물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그러나 전 씨는 영화 7급 공무원의 주인공처럼 철저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뇌물은 아니고 돈을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 모씨에게 돈을 건네준 C업체 직원도 경찰 조사에서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하지만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전씨는 말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도박을 하다가 A모씨로부터 1천만원의 돈을 빌렸는데 갚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A씨가 "돈을 갚지 않으면 사무실로 찾아와 망신을 주겠다'고 협박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전씨는 A씨에게 빚진 돈을 갚기 위해 C업체 직원으로부터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급기야 17일 A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한편 두 사람을 대질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경찰은 전씨가 진술을 바꾸고 거짓말을 하는 이유에 대해 처벌수위를 낮추려는 자구책이라고 보고 있다.
뇌물수수죄가 성립되면 구속되고 파면을 당하지만 단순도박으로 인정되면 구속을 면하고 가벼운 벌금형에
그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된 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최종적인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하지만 한창 일에 몰두해야 할 7급 공무원의 비위로 인한 파장은 오래 이어질 전망이다.
그의 주장대로 돈을 빌린 것이라해도 자신이 감독을 하는 업체로부터 돈을 빌린 행위는 업무의 연관성 때문에 결코 합리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용인시 공무원들은 이 사건으로 인해 근무시간에 지인을 만나는 것조차 기피하고 있다.
또한 공직사회에 대해 대대덕인 사정(司正)바람이 불지나 않을 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기술직 공무원은 "현장 감독을 나가면 업체 사람들 얼굴 바라보는 것이 부끄럽다"면서 "민선 4기 당시 인사비리로 인사담당 7급 공우원이 자살하고 시장이 법정에서는 등 홍역을 치렀던 용인시가 뇌물수수의 온상인 것처럼 비쳐질 까 걱정이다"고 한숨지었다.
7급 공무원은 6급 주사못지 않게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자리로 대기업의 과장급에 해당된다.
그래서 상당수 9급 공무원들은 근무를 하면서 7급 공무원 공채 시험준비를 할 정도다.
하지만 주요 업무와 대민 서비스 일선에 서있는 7급 공무원들이 저지른 사고는 많다.
그동안 정부는 고위직 공무원에 대해 감찰과 감사를 집중해왔다.
중·하위직에 대해서는 사고가 터져야 감사와 감찰을 벌이는 등 임시처방에 그쳤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제 2, 제 3의 '전씨 사건'을 막으려면 중·하위직에 대한 상시 감독과 도덕적인 재무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찬형 기자  kch-878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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