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실로부터 제출받은 디가우저 구매 영수증과 디가우저 사용일지인 ‘하드디스크 불용처리 관리대장’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총리실은 2006년 디가우저 장비를 사서 2009년 7월8일 처음 사용해 당일 23차례에 걸쳐 2125.7GB를 삭제했다.

이어 8월5일에는 10차례에 걸쳐 842.8GB를 삭제했다.

우 의원은 "지난 2008년 9월 신설된 지원관실의 공직자 및 민간인 사찰 업무가 본격화되면서 디가우저가 쓰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우의원에 따르면 총리실은 특히 올 들어 지난 8월11일 디가우저를 21차례 집중적으로 사용해 1926.4GB를 지웠다.

지난 7월5일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를 시작한 검찰(서울중앙지검)은 8월18일 총리실로부터 디가우저 사용내역 등 관련 자료를 받아 지원관실의 증거인멸 혐의를 조사했다.

이는  검찰 조사를 받기 일주일 전 총리실이 디가우저로 120GB급 컴퓨터 16대 분량의 대규모 문서를 삭제했다는 뜻이라고 우의원은 지적했다.

검찰은 그동안 “총리실의 디가우저를 조사했으나 사찰 증거를 인멸했다는 증거가 없었다”고 밝혀왔다.

 총리실이 2009~2010년 디가우저를 이용해 삭제한 문서량은 총 4894.9GB로, 수십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총리실의 디가우저 사용일지에는 관리번호 ‘09-34(2009년 34번째)’부터 ‘10-47(2010년 47번째)’까지 사용기록 13건이 지워져 있다. 관리번호 ‘10-48’, 즉 48번째 문서 삭제는 지난 8월11일 이뤄졌다.

우 의원은 “지난 7월 검찰의 압수수색이 임박한 시점에 급히 디가우저를 쓰고 관리대장 기록도 지운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총리실의 내부 삭제로 결론날 경우 파장을 우려해 외부 삭제로 서둘러 결론지은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우 의원이) 2009년부터 디가우저가 본격 사용됐다고 했는데 그 이전의 관리대장은 불에 타 제출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지원관실 소속 컴퓨터를 압수해 분석한 결과 디가우징된 하드디스크 4대 모두 지난 7월7일 수원의 업체에서 파기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불법사찰 증거를 인멸할 용도로 사용된 흔적이 없어 총리실 디가우저의 존재와 그 사용내역을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혜미 기자  haem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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