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1.12.4 토 16:02
HOME 기획 인터뷰
“구조할 때 필요한 건 두려움을 쫓는 사명감!”‘119 인명구조 유공대상 동상’ 김재무 대원

   

2008년 7월 25일 새벽. 용인소방서 구조대 사무실의 시계바늘이 1시 30분을 향할 무렵, 여느 날과 다름없던 이곳에 긴급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그는 신속히 차량에 탑승해 운전대를 잡았다. 불이 난 곳은 용인사거리 상가건물 9층에 있던 한 고시텔.

밖에서 보기에 불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9층 고시텔 내부의 상황은 달랐다. 방안 곳곳에는 유독가스에 질식돼 생사를 다투는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연기가 자욱한 입구에 도착한 그에게 안에 사람이 있다는 절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부턴 정말 정신없이 구조했어요. 돌아서면 목소리가 들려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방 두 개 세 개를 여니까 안에 사람이 계속 쓰러져 있는 게 보이는거에요. 대원 한 명은 보조마스크를 대고 한 명은 다리를 들고 공기가 떨어질 때까지 했어요.”

당시 안에 잠을 자고 있던 투숙객 7명이 숨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그는 안에 사람이 모두 나올 때까지 쉴 새 없이 건물 로비와 방 안을 왕복하며 5명을 구조했다.

‘119 인명구조 유공대상’ 용인소방서 김재무 대원

생사가 오가는 위급한 상황에서 ‘오로지 구급대원으로서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그 사명감 하나만 생각했다는 용인소방서 119 구조대 김재무(39) 대원.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김 대원의 인명구조에 대한 공을 인정해 지난 12월 31일 ‘119 인명구조 유공대상’ 동상을 수여했다. 각종 재난현장에서 활동하는 구조 및 구급대원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상은 현장 활동능력과 근무성적이 우수한 대원에게 주어진다.

지난 2002년 2월 9일 소방 공무원에 임용된 그는 5년간 안전센터에서 근무하다 현재 용인소방서 구조대에서 2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를 비롯한 구조대원들은 매년 화재진압과 인명구조를 위해 1000회 정도 출동한다.

   

30살, 운명으로 다가온 소방관

30대로 접어든 2000년 어느 날이었다. 노점상 옷 장사로 하루하루 살아가던 그에게 이웃집에 닥친 화재가 그의 운명을 바꿨다.

“보통 시민들은 소방관을 볼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30살이 되던 시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을 많이 할 당시였는데 어느 날 집 주변에서 불이 난거에요. 그때 집 밖에 나가 불을 끄고 땀범벅이 되서 나오는 소방대원들을 보고 어찌나 멋있던지...”

김 대원에게 소방관은 이렇게 운명적으로 다가왔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갈등하던 시기 보람된 일을 찾던 그에게 소방관은 말 그대로 천직이었다. 당시에는 단순히 멋있다는 생각으로 시험을 봤지만 지금 그에게 소방관은 어떤 직업보다 자랑스럽고 보람된 직업이다.

“얼음 저수지에 빠진 소를 구출하라“

구조대 생활을 하다 보면 별의 별 일이 다 있다고 한다. 돈을 받기 위해 타워크레인 위에서 시위를 하다 일이 해결됐는데도 술에 취해 내려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름에는 벌집을 제거해 달라는 신고가 들어와 제거 중에 대원들이 벌에 쏘이는 경우도 있다.

김재무 대원에게 있어 가장 황당하고 재미있던 구조현장은 ‘얼음에 빠진 소 구출 작전’이다. 어느 해 겨울, 처인구 이동면에 위치한 한 저수지에서 주인을 벗어나 도망가던 소 한마리가 저수지 한 가운데의 얼음이 깨져 빠져버린 것.

김 대원은 그동안 동물 구조는 많이 해 봤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를 비롯한 대원들은 일단 소를 구해야 했기에 안쪽에서는 얼음을 깨고 뒤에서는 로프를 당겨 한참을 고생해 구조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사람이나 동물이 아닌 귀중품을 잃어버려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주로 하수구 같은 곳에 열쇠가 빠져 찾아달라는 신고인데, 처인구청에서 하수구에 휴대폰이 빠졌다고 해서 찾아 드린적이 있다고.

   


생사를 다투는 현장, 목숨과 맞서는 소방관의 삶

“화재 현장에서 구조자를 보고 망자라는 느낌이 들면 울컥하게 됩니다. 가족들의 오열하는 모습이 보이고, 특히 5분 10분 차이로 생명을 구하지 못한 경우 정말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서 그날 하루는 술에 의지하죠.”

생과 사를 사이에 두고 지옥과도 같은 화재 현장 혹은 사고 현장에서 목숨을 내걸고 싸우는 것이 소방관의 삶이다. 김재무 대원은 지난 2007년 11월 말에 발생한 이천 CJ공장 화재 때 건물 붕괴로 숨진 대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한 없이 눈물을 흘렸다.

당시 이천소방서 소속의 한 소방사가 진압과정 중 실종됐다. 김재무 대원을 비롯한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이 끝나자마자 현장 수색을 벌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져있는 그를 발견했다.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또 다른 자신의 죽음을 확인했을 때 심정은 뭐로 표현해야 할까.

“시신을 확인했을 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도 이렇게 됐겠구나.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날이었어요. 이럴 때 우리가 주저앉아 울어주기라도 해야 구천을 떠돌지 않고 위로받지 않을까...”

   

구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명감’

매번 이렇게 위험한 순간 어떤 각오로 공포와 맞서 싸워 이겨낼까. 김 대원은 위험에 빠져 있는 사람을 보고 어떻게든 구조해서 살려내야 한다는 생각, 생명을 소중히 알고 반드시 구조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슴속에 품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삶과 죽음이 뒤얽힌 위기의 순간 그에게 ‘적당히’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소중한 한 생명을 위해, 단순히 소방서라는 직장의 직원이라는 생각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구조대원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 구조를 할 수 있다는 것.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용기 또한 이 사명감에서 나온다.

“구조기술이나 체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구조대원의 마음인 것 같아요. 우리도 상황을 맞으면 겁나고 힘든 시기도 많아요. 하지만 이럴 때 반드시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이 가슴 속에서 깨어 나오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어요.”

“긴급 출동 시에 길을 좀 터주세요”

김 대원은 올 한해도 함께 근무하는 팀원은 물론 모든 소방관들이 다치지 않고 사고 없는 한 해를 보내는 게 가장 큰 소망이다. 그는 앞으로도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 하기 위해 체력관리와 구조기술 습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도 소방관으로서 사명감을 가슴속에 품고 더 많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 속으로 뛰어 들겠다는 김재무 대원. 그런 그가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단순히 집에 문이 잠겨 문을 열어달라고 신고하는 사례가 많이 있는데, 용인이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굉장히 넓은 지역임을 고려한다면 이런 상황에서의 신고는 자제를 부탁드립니다. 생명이 걸린 더 위급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또, 소방차가 출동할 때 피해주지 않아 답답한 경우가 많은데, 길을 좀 터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가족이 그런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갖고 양보해 주신다면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박재영 기자  ultrasori@naver.com

<저작권자 © 용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재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