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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보양식 - 아귀찜-맛과 영양이 환상적으로 버무려진 음식

   
살아있는 아귀를 보면 절로 나오는 말이다. 그 어떤 고기보다 큰 입, 무서운 이빨, 거대한 머리, 무표정, 거친 피부, 우람한 몸집 등 어느 한 곳 매끈해 보이는 구석이 없는 생선이다. 바위틈에 가만히 있으면 이놈이 고기인지 바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아귀는 심연을 닮았다.

또한 아귀는 바다의 사냥꾼이다. 아귀의 머리에는 낚싯대 같은 가시가 나와 있다. 이것은 등지느러미의 가시가 진화된 것인데, 아귀가 꼼짝 않은 채 이것을 살랑살랑 흔들면 그 주변을 지나던 고기들이 관심을 보이며 다가온다. 그러면 큰 입으로 먹이를 덥석 삼켜버리는 것이다.

대 탐식가인 아귀는 일단 바다의 모든 영양을 골고루 갖고 있는 종합영양제이다. 전체적으로는 비타민A가 풍부한데, 비타민 A는 어린이 발육을 돕고, 저항력을 키우며 눈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영양소이다.
특히 아귀의 간은 세계 3대 진미(트루플 Truffle 松露 버섯, 캐비어, 집오리간) 가운데 하나인 집오리간과 비교될 정도로 영양가가 높다. 특히 겨울철이 되면 4월부터 시작되는 산란에 대비, 아귀 스스로 본능적 몸 관리를 하기 때문에 상태가 더욱 좋아진다.

전통적인 아귀찜 요리에 겨울바람에 말린 아귀를 이용하는 것도 아귀가 겨울 제철 요리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아귀가 겨울에 더 맛있는 다른 이유도 있다. 예전의 아귀는 그 섬뜩한 외모와 흐물흐물한 피부 때문에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았던 생선이었다.

어부들조차 그물에 올라온 아귀를 다시 바다에 버릴 정도였다. 그러다 누군가 아귀의 배를 갈라보니 그 안에 도미 등 다른 생선들이 들어 있었다. 횡재였다 그래서 아귀의 뱃속에 있는 생선들만 먹고, 아귀 몸체는 버리거나 말려서 사료로 사용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귀 요리의 고향인 마산 오동동에서 갯장어 식당을 하던 혹부리 할머니라는 분이 어부들이 갖다 준 아귀를 말려 된장, 고추장, 마늘, 파 등을 섞어 쪄먹어 보았는데, 맛이 좋아서 단골들에게 권하기 시작하면서 전통 아귀 메뉴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귀찜이 본격적인 음식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인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마산은 어부와 부두노동자들이 태반이었다. 그들은 차가운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일하는 사람들이었고, 꽁꽁 얼어붙은 몸을 녹여주는 데 아귀찜, 아귀탕에 소주 한 잔만한 것도 없었다. 영양 덩어리 아귀와 주 양념인 콩나물, 미나리가 갖고 있는 비타민 A, B1, B2, C, 철분, 칼슘 등이 섞였으니 아귀는 그야말로 맛과 영양이 환상적으로 버무려진 음식으로 완성된 것이다.

천홍석 기자  chs57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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