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여파로 이번 6·4 지방선거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면서 선거운동원들의 큰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의 측근에서 요란한 거리 유세를 지원하는 연설원들의 경우, 그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불평 아닌 불평이 새어나오고 있다.

특히 선거연설원들은 유세 차량과 함께 골목 곳곳을 누비며 후보의 정견을 알리고, 후보자가 스스로 말할 수 없는 사안을 현장에서 대신 홍보해주는 후보자의 ‘또 다른 입’이 되었다.

또한 후보자들간의 득표율이 혼전 상황일 때 연설원의 활약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기도 해 캠프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연설원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모두가 자숙하는 상황에서 시끄럽게 마이크를 들이대면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후보자들에 따라서는 전문 연설원을 아예 배제하는 사례도 속출 했다.

연설원들은 현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한편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행여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선거 자체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리고, ‘후보자 얼굴 알리기’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형식적인 선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용인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의 연설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후보가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고, 그만의 장점이 무엇인지, 공약은 실현가능한지 등을 시민들이 잘 알고 판단해야 하는데, 선거 분위기가 너무 위축돼 있다 보니 정보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야권의 한 정당 관계자도“선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 자칫 사람이 아닌 정당만을 보고 무작정 한표를 주는 투표 행태가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반면 용인 시민들은 조용한 이번 선거를 오히려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수지구 주민 김모씨(42)는“사실 길거리 유세활동에 귀 기울이는 시민은 원래 많지 않았고, 또 유세 내용만으로 후보자의 됨됨이를 판단을 하지도 않는다”며 “언론 매체를 통하거나 홍보물로 공약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오히려 조용한 선거 분위기가 사회적 비용도 줄이고, 후보자를 냉철히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도 “세월호 사고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후보자나 정당에서 국민의 관심을 끌 만한 정책을 제시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며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올바른 정책을 발굴해서 선거에 반영한다면 시민들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상훈 기자  so60s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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