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요언론에는 국정원요원들이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서 통상정보를 수집하다 발각된 기사가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인도네시아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데도, 우리나라 언론사들은 자기네 나라 정보요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면서 정보기관의 생명을 말살하려하고 있고 정치권도 정보기관 수장의 사퇴까지 요구하는 등 정치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나도 처음 우리 국정원 요원들의 실수에 대해 실망감이 앞섰지만 순간 “다른 나라의 경우도 자기네 정보요원들의 실수에 대해 이렇게 신랄하게 비판하며 정보기관 존립자체를 뒤흔들까?” 라고 생각해 보았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는 이와는 전혀 달랐다.

나는 여기서 최근 미국을 뒤흔든 러시아 스파이「안나 채프먼」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녀는 19살 때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남자와 결혼, 미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다 연방수사국(FBI)에 체포, 지난해 7월에 풀려나 28세 나이로 조국 러시아에 돌아오자마자 국가최고 훈장을 수여받고 일약 영웅으로 스타가 되었으며 오는 12월 러시아 의회 의원 선거에서 집권당 후보로 출마한다는 뉴스를 최근 외신을 통해 접한 적이 있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첩보활동을 벌였다는 공로와 그들의 위훈에 대해 국가가 잊지 않고 책임진다는 것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주요언론과 정치권은 자기나라 정보요원의 실수를 이리저리 캐면서 침소봉대하여 국제적으로 국가의 전체적 이미지를 손상 시키는데 앞장서면서 정보기관을 흥신소 수준이하로 폄하, 정보역량을 말살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는 잘못된 행태를 보면, 미국에서 스파이활동 실패로 검거된 러시아의 자국스파이 예우사례와 너무 대조적이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파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알고 있는 국가정보원은 간첩수사 활동은 물론 산업스파이, 국제범죄, 사이버안전 등 새로운 안보분야에 이르기까지 국경 없는 경제전쟁시대에 국가이익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음을 알고 있고, 많은 성과를 내고 있으나 비밀정보기관 특성상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정보요원들은 국가이익을 위해 오늘 이 순간에도 자신의 목숨과 안위보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고 있을 것이며 첩보활동 과정에서 실수도 하고 계획대로 안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언론과 정치권조차 무분별한 한건주의식 폭로와 정쟁에 활용하는 아귀다툼 외에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우리사회의 이상한 병리현상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실여부를 떠나 우리의 비밀정보기관이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실수를 악용하는 행태는 잘못된 것이다. 국가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정보요원들의 사기를 극도로 저하시켜 우리국가의 정보역량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국정원의 실수가 있었다면 새롭게 거듭나는 일대 전환기로 삼아야 할 것이며 절대 정보요원의 국익을 위한 임무수행에 차질을 빚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 스파이 사건을 반면교사의 본보기로 삼아 “누워서 침뱉는 식”의 잘못된 愚(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언론과 정치권은 한번쯤 국가이익에 대해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보는 자세를 가질 것을 권하고 싶다.

박경국 기자  insky1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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