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나 라디오를 보면 시장,군수가 지역 특산물을 들고 나와 홍보하는 광고를 자주 보게 된다.
시장,군수가 자기 고장의 특산물을 자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대중 매체를 통해 요란하게 선전하는 모습은 자기 자신을 대중앞에 내세우는 데 특산물을 이용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특산물을 조용하게 홍보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느낌이 든다.
김학규 용인시장이 지역대표 브랜드 쌀인 ‘백옥쌀’의 홍보대사로 나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 해 9월,용인 동백지구에서는 테니스 대회가 열렸다.
격려차 들른 김 시장에게 테니스협회장은 테니스 코트 정비 등을 위해 시에서 지원을 해줄 것을 건의했다.
김 시장은 흔쾌히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회 입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을 앞두고 일이 벌어졌다.
수상자들에게 줄 상품이 문제였다.
상품은 강원도 철원쌀이었다.
김 시장의 안색이 갑자기 바뀌었다.
"아니,회장님 용인 백옥쌀 모르십니까".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회장에게 이렇게 백옥쌀에 대한 애정을 표시한 김시장은 이어 교육체육과장을 불러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아까 지원 약속한 것 다시 검토해보게".
그로부터 두 달여 뒤인 지난 해 11월.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서는 용인문화원 주최로 처인성 문화제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도 김 시장은 백옥쌀에 대한 유별난 사랑을 보여준다.
행사장에 마련된 술이 문제였다.
내빈석에 놓인 술은 소주와 맥주였다.
식사시간에 건배제의를 앞둔 김 시장은 옆에 있던 한기섭 농협 용인시지부장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뭐가 잘못된 줄 아시죠? 이래서 제가 답답한 겁니다".
김 시장의 말 뜻을 눈치 챈 한 지부장은 급히 백올쌀 막걸리를 준비했다.
무형문화재가 빚은 백목쌀 막걸리는 100% 백옥쌀을 사용한다.
김시장의 부인도 쌀을 다량소비해야 하는 행사나 명절 선물로 백옥쌀을 권하는 등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한기섭 지부장과 11개 지역 농협 조합장들은 "시장과 부인의 열정에 지역농업인들이 힘을 내고 있다 "고 감사를 표시했다.
김시장의 백옥쌀 사랑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쌀은 지난 2009년 풍작으로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다.
게다가 저가 쌀 선호와 소비자들의 식생활 변화로 쌀 소비가 감소세가 이어졌다.
이에 일반쌀에 비해 판매가격이 다소 비싼 백옥쌀을 생산하는 용인지역 농업인들은 어려움에 처했다.
용인시로서는 새로운 판로개척과 백옥쌀 우수성 홍보에 앞장서야 할 입장이다.
이에 시는 단국대 산학협력단과 협력해 백옥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전통 막걸리와 쌀 가공식품 개발에 착수했다.
또한 2011년까지 36억원을 투입해 무세미(씻어 나온 쌀)와 쌀가루 등을 생산하는 쌀 복합가공 공장을 설립할 예정인 (주)뉴라이스텍과 MOU를 체결해 이 공장의 원료로 들어가는 쌀을 백옥쌀로 사용할 예정이다.
공장에서 사용할 쌀은 연 2000톤 규모로 용인시 쌀 생산량의 8.8%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대단위 아파트와 관공서 등에 백옥쌀 자판기 등을 설치해 직거래를 활성화 시키고 있다.
한편 총신대, 명지대 등 대학을 비롯해 현대전산개발원, 3개 구청 요식업조합, 대형 음식점, 급식소, 직거래장터,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체 등 대량 소비처에 대한 입점을 증대시킬 계획이다.
공직자도 앞장서서 ‘백옥쌀 소비촉진 운동’에 적극 참여토록 할 계획이다.
백옥쌀은 농협중앙회 주관 전국 브랜드쌀(162개) 평가 결과 2008년, 2009년 2년 연속 TOP 10에 선정된 우수 특산물이다.
이제 백옥쌀은 우수성으로도 유명하지만 대중매체가 아닌 일상속에서 용인시장과 부인이 자랑하는 이 지역 특산물로 자리잡고 있다.
/김찬형 편집국장

김찬형 기자  kch-878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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