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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 하는 사람들
  • 박남숙(용인시의원/자치행정위원장)
  • 승인 2010.11.0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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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晋)나라 초기 손초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문학적 소질은 뛰어났으나 자존심이 강하고 오만불손한 인물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가 젊었을때 죽림칠현을 흠모한 까닭에 벼슬길에 나서지 않고 속세를 떠나 산림에 은거하기로 결심하고 친구 왕제에게 자기 생각을 털어놓게 되었다.

그러나 ‘침석수류(枕石漱流)’라고 해야 할 것을 ‘수석침류(漱石枕流)’라고 말해버렸다. “돌을 베개 삼아 눕고 흐르는 물로 양치질하는 생활을 하고 싶다”고 해야 옳은데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 삼겠다”고 한 것이다.

그 당시에는 제법 문자를 써야 지성인이라고 알아주던 시절이었으므로 문자를 써 본 것이었는데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
그러자 친구 왕제가 웃으며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손초는 무척 자존심이 상해 억지를 부리며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겠다는 것은 고대의 은자(隱者) 허유처럼 쓸데없는 말을 들었을 때 더러워진 귀를 씻기 위해서이고, 돌로 양치질 한다는 것은 내 이를 연마하기 위함”이라며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둘러대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가 있다.
문제는 누구나 실수할 개연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완벽성을 주장하며 좀처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소피스트(지식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만약 이런 태도를 갖고 있었던 사람이 힘없고 이름 없는 한낱 선비였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힘을 가진 지도자가 이런 태도를 갖고 있으면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실제로 물을 베고 자고 돌로 이를 닦아야 할지도 모르기에 심각성이 큰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손초처럼 자신의 말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을 합리화 시키려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한다.
채근담에 보면 ”욕심이라는 병은 고칠 수 있지만 고집부리는 병은 고치기 어렵다“고 했다. 자기 주장만 하는 '고집병‘은 고칠 수 없다는 뜻이다.

손초는 죽림칠현을 흉내 낼 생각하지 말고 이 ’고집병‘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산에 들어가야 했다.
실수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실수를 합리화 시키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같은 평범한 진리를 모르기에 애써 이상한 논리를 펴며 말장난하는 손초들이 오늘날 우리 주변에도 너무나 많다.

물을 베고 자는 사람과 돌로 양치질하는 사람이 왜이리 많은가? 돌로 양치질해야 하니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미안합니다.‘ 한 마디 하면 매사  불여튼튼일 텐데 잘못을 감추려하고 억지를 부리며 기만하려 하기에 불신이 깊어지는 것이다.
한순간 말장난으로 위기를 넘길 수는 있을는지 모르지만 양심마저 속일 수는 없다.
자신은 정직하단다. 솔직해지면 오히려 박수를 받을 텐데 말이다.

박남숙(용인시의원/자치행정위원장)  insky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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