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은 경청하라"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 삼성은 뉴스메이커다.
삼성이 관련된 일이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뉴스의 초점으로 부각된다.
해외에 진출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은 몰라도,삼성은 누구나 알아준다면서 삼성의 위력을 실감한다.
실제로 러시아에는 이미 오래전에 ‘삼성로’가 생길 정도다.
필자가 십수년간 알고 지내는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홍보책임자들도 마찬가지다.

삼성에 대한 자부심은 신앙에 가깝다.
“삼성의 가족이 되기는 힘들지만, 되고 나면 스스로 최고라는 의식을 갖고 일하게 된다”.
그래서 삼성이 만드는 제품의 광고에는 이같은 문구가 따라 다닌다.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
지난달 ８.１５ 특별사면에 삼성그룹 사람들이 대거 포함된 문제가 쟁점이 됐다.
한나라당 용인 기흥구 박준선 의원이 국회 법사위에서 삼성 임원들에 대한 특혜성 특별사면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9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 의원은 8.15 특별사면 대상자 가운데 유독 삼성그룹 사람들이 많이 포함된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학수,김인주 등 18명 중 6명이면 3분의 1이다. 왜 3분의 1이 삼성가인가? 중대한 국민적 비판을 받을 만한 사유다"라고 질타했다.

이에 이귀남 법무장관은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의 주범이었던 이건희 회장이 이미 사면됐기 때문에, 시킨대로 한 사람들도 사면이 불가피했다"는 궁색한 논리를 댔다.
이 장관은 이어 "그 사람들(이학수,김인주)은 이건희 회장의 종범 격이 되니까,주범(이건희)은 (사면)하고 종범은 안할 수가 없었다. 그런 차원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이같은 장면은 MBC 주요뉴스에 보도됐다.

뉴스를 본 대한민국과 외국의 시청자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역시 삼성은 위대하다”. “역시 삼성은 다르다”가 아닐까?
그렇다면 정말 위대한 것은 무엇일까?
삼성의 자금력인가,로비력인가...
삼성그룹의 고문변호사였던 김용철 변호사가 수년전 비자금 로비의혹을 폭로하고 진실공방을 벌였던 일이 떠오른다.

그는 검찰 수뇌부에서부터 평검사까지 조직적으로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비난하는 김 변호사를 ‘배은망덕한 변호사’라면 돌을 던졌다.
하지만 당시에 제기된 의혹은 100% 규명되지 않았다.
그리고 해프닝처럼, 신문 스크랩북의 한 페이지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제 몇 년이 지난 2010년 9월.
정말로 아이러니하게도 검사출신의 박준선 의원이 재벌그룹의 총수와 임뭔들에 집중된 특혜성 사면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박의원은 법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14일 오전,박의원은 필자와의 전화통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당연한 권한이지만 형평성을 지켜야 하고, 재벌에 대한 특혜로 비쳐져서는 안된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8년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소설책 한 권을 읽어 보라고 권했다.
‘왕’회장의 지상명령으로 삼성가족의 필독도서가 된 소설은 ‘경청’이다.
바이올린을 만드는 회사에서 과장으로 일하던 주인공은 귀머거리가 된다.
그 이후 주인공은 아들에게 불후의 명작과도 같은 바이올린을 만들어주기로 결심한다.
바이올린 기술자들로부터 기술을 배우려 하는 주인공이 터득한 건 상대방의 입술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를 읽는 ‘독순술(讀脣術)’이다.
둑순술을 제대로 하려면 남의 말을 잘 경청해야햔다.
필자도 삼성의 직원은 아니지만 회장님의 말씀대로 ‘경청’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배운 것이 정말 많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이 씹히는 걸 보면서 소설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왜 삼성은 툭하면 씹히는가?

이제 이건희 회장은 박준선 의원이 하는 말을 겸허하게 경청할 차례다.

김찬형 편집국장  k1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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