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자유를 원해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이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기고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간다. 평소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주변 사람들과 거리감을 두지만 어느 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수학을 가르쳐달라며 따라다니는 ‘수포자’ 한지우(김동휘)를 만난다. 
정답만 원하는 냉혹한 세상 속에서 “정답보다 중요한 건 답을 찾는 과정이야”라며 한지우에게 올바른 풀이과정을 찾는 방법을 가르치던 중 이학성 역시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자사고 1학년 지우는 수학 점수 때문에 담임에게 일반고로 전학을 강요받지만 아빠 없이 혼자 힘들게 일하는 엄마를 위해 버틴다. 그러던 중 기숙사에서 문제가 생기고 혼자 뒤집어 쓰게 된다.
기숙사에서 퇴출당한 지우는 우연히 학교 야간 경비원 아저씨의 놀라운 수학 실력을 알게 된 지우는 그 날 이후로 수학과외를 부탁한다.

탈북한 천재 수학자 학성은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고 차가운 성격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미스테리한 인물로 통하지만 지우에겐 알면 알수록 따스함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서로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존재를 느끼고 두 사람은 수학을 통해 인생을 알아가게 된다.

이 영화는 ‘수학포기자’들에게도 흥미로울 수 있는 요소가 다양하게 담겨있다.
인생의 복잡함을 알게 되면 수학의 단순함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재능이 나쁜 일에 쓰인다는 것에 회의감을 느낀 천재 수학자는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찾아 아들과 함께 남한으로 내려왔지만 국경을 넘을 정도로 좋아하는 수학이 그저 입시와 취업의 발판으로 쓰이는 상황에 크게 실망한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청소년 시절 가장 중요한 목표는 시험이다. 수능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노력한다.

수학과 인생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답을 향해가는 과정이라는 것. 하지만 수학에는 답이 있지만, 인생에는 답이 없다. 수학은 증명할 수 있지만 인생은 복잡해서 평생 증명하려고 시도하지만 번번히 실패할 뿐이다. 죽는 시점까지 정답에 가까워지려 노력하지만 아무도 풀지 못하고 미뤄둔 숙제처럼 아쉬움이 남는다.
스스로 후회없는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다. 인생공부는 끝이 없다.

대한민국은 유독 ‘틀리다’는 말을 많이 하는 나라다. 의견차이가 같지 않음을 다르다고 안하고 틀렸다고 말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내 의견이 다른게 아니라 틀린게 될까봐 선뜻 나서지 않는다.
나의 ‘다른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틀린 생각’이 될까봐 두려워하는 청소년의 미래가 어둡다.

정답만이 최고라는 사회에서 조금만 방황해도 도태되고, 학교는 더 이상 교육의 산실이 아니다.
시험을 잘보는 기술을 배우는 곳이 되었다.
선생이라는 직업은 인성과 사회성, 학문을 가르치지 않고 시험 잘보는 기술을 가르치는 직업이 됐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한국 교육계에 경종을 울리는 영화다.
틀린 답도 찾아가는 과정이 옳으면 그것으로 괜찮다고, 인생은 ‘속도’보다는 ‘방향’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학성은 160년 동안 풀리지 않은 ‘리만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고 지우는 출제자의 의도만 파악하려는 수험생이 되지 않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미련해 보일 수도 있지만 학문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는 두 사람의 뚝심이 진한 여운을 준다.

우리나라 교육이 무엇을 위해 이루어지고 있나 되짚어보는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희찬 기자  hcl_01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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