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토지매입 두고 양지주민-총신대 갈등

송전탑 토지매입 두고 양지주민-총신대 갈등한전은 40호기 공사강행 … 주민들 간 분열양상

박재영 기자
승인 2009.12.2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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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고압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양지면 시가지 도로변 곳곳에 걸려있다.

한국전력의 고압송전탑 건설에 반대 투쟁하던 양지면 주민들과 총신대가 토지매입 문제로 갈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력이 중단됐던 40호기 공사를 시작하면서 주민들 간의 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7일 양지면사무소에서 열린 송전탑 반대 주민대표 주관 최종 주민간담회에는 우제창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 100여명이 모여 송전탑 관련 현재 진행사항과 향후 대책방안에 대해 토의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우제창 의원은 “현재 한전이 40호기 공사가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불안 해 하고 있는 것”이라며 “40호기를 원 노선으로 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제창 의원은 “현재 총신대 총장과 지도부가 새로 와서 가격이 비싸니까 깎아보려고 협상하겠다는 것인데 모든 노선이 총신대와 연결돼 있어 더 이상은 미뤄선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총신대는 결국 땅을 살 것”이라고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이어 “현재 한전이 40호기 공사를 진행하면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주민 분열이 일어나고 있어 중간 입장에서 곤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해 주민들의 단합을 강조했다.


▲ 12월 17일 양지면사무소에서 열린 최종 주민간담회에는 100여명의 양지 주민들이 참석해 총신대 토지매입 문제로 불거진 현재상황과 향후 대책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또 우 의원은 “한전이 주민 대표단을 도외시 하고 쉬운 쪽을 상대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주민대표단과 협의해야 한다”며 “이번 회의를 마련한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발언에서 주민대표단 우정희 총무는 총신대의 토지매입 약속이행 문제와 교동이장단과의 분열 문제를 드러내며 주민들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우 총무는 “총신대에서 천신일씨 땅을 사겠다고 해서 그동안 기다렸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총신대에서는 계속 사겠다고 말하지만 이미 40호기가 현 위치에 세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송전탑 위치가 결정되기 전까지 보상 이야기를 꺼내 본 적이 없는데 보상금 때문에 송전탑 위치가 결정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한전이 교동 이장단과 협상을 하면서 대표단이 2개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전 및 교동이장단 측은 참석하지 않았다. 총신대 관계자만이 참석해 토지매입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총신대 관계자는 “학교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땅 매입에 대한 문제를 이사회에 요청했지만 땅 가격이 너무 비싸 현재 절충 과정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교동이장단-주민대표단’ 둘로 갈라진 주민들

한국전력의 765kv 신안성~신가평간 송전선로를 일부 변경한 데 반발하기 시작해 2년 가까이 송전탑 건설 저지투쟁을 벌이던 양지 주민들이 지난 9월, 40호기 이설을 위한 협상대표단을 구성한지 두 달 만에 반으로 갈라져 각각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양지 주민들은 지난 9월 30일 송전탑 반대투쟁위원회 주관 주민간담회에서 40호 관련 협상대표단을 구성했다. 대표단은 반대투쟁위원회, 양지초교 학부모회, 주민대표, 이장단 등 총 13명으로 이뤄져 향후 한전 측과 40호기 문제에 대해 협상하기로 합의했다.

반면 토지매매 협상을 위한 총신대와 천실일씨 측은 지난 7월 국회 진상조사단의 송전탑 관련 권고안 설명회 이후 여러차례 협상을 벌인 결과 10월 12일 마침내 41호와 42호 위치를 조정하는 안으로 토지매매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총신대가 토지매입에 지지부진하면서 마감시한을 넘기고 한전 측은 40호기에 대한 공사를 강행, 11월 30일 공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양지 주민 협상대표단 중 교동마을 이장단 등은 이어진 협상에서 40호 이설만을 협상의제로 삼은 것에 반발 향후 협상단에 불참할 뜻을 내비쳤다.

12월 4일, 협상단에서 빠진 교동마을 이장단은 40호기 공사착공에 따른 대책회의를 열고 양지 2,6,7,8,13리 이장들로 이뤄진 새로운 협상단을 구성했다. 이어 이장단은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역개발기금협상을 위한 위임장을 받아 한전과 협상에 임할 계획으로 주민들에게 위임장을 받고 있다.

한편 양지면 주민들과 양지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지난 15일 총신대를 항의 방문, 총신대가 천신일씨와 맺은 토지매입 합의 이행을 촉구한 데 이어 17일 주민대표단이 주관한 최종 주민간담회를 통해 교동이장단에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도록 주민들에게 호소하는 등 송전탑 건설을 놓고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한국전력공사는 2005년 8월 22일 신안성~신가평 80㎞ 구간에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사업 승인을 받았다. 이 사업은 수도권 일대 전력공급 설비를 확충하기 위해 765㎸의 고압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 155개를 세우는 것이다. 그런데 당초 설계안은 39번~42번 송전탑이 천신일 회장 등이 공동으로 소유한 땅을 가로지르는 것으로 돼 있지만 2007년 6월 11일 갑자기 송전탑 1기(41-1번)를 추가 건설하면서 송전탑 위치도 함께 변경된다. 4개의 송전탑이 원래 위치에서 약 200m 남쪽으로 바뀌게 되면서 총신대와 양지리 마을 인근과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