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젊은 공직자들의 연이은 자살. 2009년 12월 용인시 공직사회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일부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저주’라는 표현이 첨가되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 텔레콤’ 사건과 비유돼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는 이 시점, 자살 확산 방지를 위한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해임, 비리연루, 빚’으로 1년 사이 3명이나

지난 달 27일 오전 10시 50분경 수지구청 민원봉사과 직원 강모(31)씨가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강씨 자택에서 발견된 유서내용을 토대로 빚에 시달린 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자살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강씨 유서에는 “과다한 빚 때문에 더 이상은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이제쉬려고 한다.”라는 내용이 첫 머리에 자리하고 있다. 강씨는 유서 마지막 부분에서 한 달 전 사망한 용인시청 행정과 김모씨 사건과는 선을 그으며 채무관계로 인한 자살임을 강조했다.

용인시청 행정과 인사계 직원 김모(32)씨가 인사비리에 연루돼 자살한지 한 달이 조금 지난 시점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12월 상습 음주운전으로 해임된 용인시청 직원 목모(49)씨까지 포함하면 1년 사이 3명의 공직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용인시 공직자들의 잇단 자살소식에 공직사회는 지금 충격 그 자체다. 자칫 공직자 자살사건이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용인시청 공무원 A씨는 “수지구청 직원 자살사건 이후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개중에는 ‘고기동의 저주’(행정과 직원 김씨가 사망한 장소를 두고 일컫는 표현)라는 말을 하며 다음 차례를 걱정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 B씨는 프랑스 최대 통신사인 ‘프랑스 텔레콤’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쇄 자살사건을 빗대며, “용인시도 프랑스 텔레콤과 같은 사태가 발생되지 말란 법은 없다. 직원 모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텔레콤은 최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 근로자 2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이은 용인시 공직자 자살 사건으로 자살이 지역사회 새로운 문제로 떠오른 현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시 차원의 자살예방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살 공화국 대한민국, 용인도 예외는 아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10만 명당 자살률이 24.7명으로 OECD 평균 11.4명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국내 사망 통계를 보면 연간 1만 285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이는 1일 평균 35명씩, 월 평균 1000여명 정도가 자살로 인해 사망을 하는 것이다.

용인은 어떨까. 경기도 광역정신보건센터 2008년 통계에 따르면 용인은 한해 평균 인구 10만 명당 21.1명이 자살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도 평균 24.1명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지만 최근 점차 도시화 돼 가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일반적으로 좌절, 절망, 사별과 같이 삶의 부담을 경험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부담이 커지게 되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경우 자살이라는 선택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용인시정신보건센터 김용규 센터장은 “자존감의 상처를 입는 것과 같은 생활사건으로 심각한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겪게 되면 자살 가능성을 높인다”며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지 못하고 해결책 조차 찾지 못해 절망하면 목숨을 끊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또 “누구도 이러한 선택을 실제적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아 대부분 직, 간접적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며 “이들은 자살이 아닌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보기 위해 필사적 노력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구원의 손길이 없고, 절망 외에 다른 대안이나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재영 기자  ultraso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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