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아침 안개, 길가의 코스모스가 계절을 실감나게 하는 시간들을 지나게 하고 있다.
어느 책에선가 말하고 있는 ‘자기 달성적 기대’라는 시간들이 또 지나고 있는 것을 실감나게 하고,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지난 10여년의 시간이 나 스스로 만든 기대치에 의한 예언과도 같은 시간을 지나 온 것이다.

밀레니엄 세기라고 세상이 떠들썩하던 지난 2000년 6월. 세상과는 격리된 듯한 아니 세상 한가운데서 있어 더 고요한 듯한 용인시라는 조직에 사회복지공무원이라는 작은 이름으로 공무원의 첫발을 내딛고 그동안 나 스스로 생각해오던 이론과 실제의 괴리 상황을 현장에서 실감하여야 했다.

당시 내게 주어진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은 IMF 시기에 선정된 한시적 생계보호 대상자의 일제정비, 그동안의 생활보호법의 폐기와「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으로 수급권자의 재선정과 관리, 아동․청소년 등의 가정복지, 장애인 복지, 노인복지, 아무도 모르게 죽어간 행여 사망자의 처리 등 무수히 많은 복지행정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회복지사로서의 가치보다는 기계적 업무처리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 충분했고 그러한 회의는 사회복지사와 공무원간의 괴리 속에서 고민해야만 했다.

초임발령 후 어느 날 남편과 이혼한 임신 5개월의 임신부가 국민기초 수급을 신청을 위해 나를 찾았을 때 그 임신부는 분명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를 찾았을 테지만 나는 법령과 지침에 의해서 기계적인 잣대로 평가하고 지역사회복지단체와 후원연계를 하여 무사히 출산할 수 있었고 이로서 모든 업무가 끝났다고 생각하였던 차에 출산 후 그 여인이 다시 방문하여 눈물과 함께 감사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동안의 업무처리에 미안한 맘이 지금도 나를 아프게 하고 있다.

언젠가 수해를 심하게 입어 전 직원이 동원되어 수해지역의 청소를 나갔을 때 가축 등의 사체가 썩어 정말 구역질나는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상황에서 묵묵히 치우고 있는 선배들의 모습, 눈보라 치던 겨울날 정신병원에서 장기간 입원하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연화장에서 장례를 치루고 주차장에서 혼자 한 없이 울던 일, 2005년 초 여름 아동보육 업무를 맡아 매일 같이 야근을 하던 중 암으로 투병중이던 아버지가 혼신의 힘을 다하여 하신 전화를 마지막 전화인지도 모르고 바쁘다는 핑계로 무심히 받았던 그 전화 후 혼수상태에서 임종을 맞으신 아버지를 보면서 정말 이런 생활을 해야만 하는가 하는 통한의 눈물도 흘렸지만 마지막 말씀이신“큰 그릇이 되거라, 넌 잘 할 수 있다”라는 마법의 주문과도 같았던 그 말씀이 오늘까지 나를 이끄는 힘이 되고 있다.

이처럼, 해를 거듭하면서 인사 이동과 선․후배 공무원들과의 업무적․인간적 유대관계에서, 나로 인해 생활의 희망을 찾는 이들의 작은 바람들 속에서 나 스스로 만든 고민들은 조금씩 해소되어 갔고 결국 공무원으로서의 사회복지사가 아닌 사회복지사로서의 공무원으로 나 스스로 변모되어 가는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단순한 정책 수행자로서의 역할이 아닌 그 정책 안에서 수혜자는 적어도 나에게는 수혜자이기 보다는 오늘도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의 이웃을 느끼면서 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사회적 평가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확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량 과다 및 복지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근무환경으로 인하여 서비스의 질과 사기가 저하되고 전문 직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복지제도의 내용이 풍부해질수록 인력활용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업무 수행의 효과성이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나 이러한 문제는 시스템 개선 등으로 문제의 해결은 가능할 것이다.

이제는 자기최면과도 같은「자기달성적 예언」으로 그동안의 나의 작은 바람과 시간들을 큰 그릇에 더 채워야 한다. 사회복지사로서의 공무원으로 산다는 것이 녹록치 않은 일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지금까지의 생활보다는 앞으로의 일들을 기대하며 주문을 외어 본다.

“큰 그릇이 되거라, 넌 할 수 있다”

기흥구청 주민생활지원과 김 선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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