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용인시가 인사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던 중 실무를 담당했던 용인시 공무원 김 모씨(행정7급·32세)가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돼 인사승진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15일 오후 1시쯤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192번지 일대 오수관 공사현장 부근 공터에서 김 씨의 소유 차량인 코란도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숨져 있는 것을 공사현장 소장 임모(39)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 연탄 피운 채 차안에서 숨져

임씨는 “어제 낮 12시쯤부터 고기리 192번지 일대 빈 공터에 흰색 코란도 차량이 계속 세워져 있어 오늘 낮에 가까이 가서 보니 사람이 코피를 흘린 채로 몸이 조수석으로 기운 상태로 누워있었다”고 말했다.
또 발견당시 차안 트렁크에는 불에 모두 탄 번개탄 위에 연탄이 놓여 있었지만, 현재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모씨는 2005년 10월 31일 7급 공채로 용인시 수지구청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2008년행정과 인사부서의 승진 및 전보 업무담당자로 근무해 왔으나, 최근 감사원 감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수일간 잠적했다가 이날 변사체로 발견됐다.

지난달부터 실시된 용인시 감사원의 감사는 당초 지난 6월에 단행된 사무관 인사에 대해 누군가의 제보로 시작됐고, 감사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기간도 길어 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김 모씨는 올해 1월 단행된 용인시 사무관 인사와 관련해서 감사원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으면서 각 과장, 계장들의 서류 조작과 도장을 날인한 점이 확인되고, 직원들의 근무평점 조작사실이 일부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 관내에서는 김 모씨가 상급자의 지시로 사무관급 A, B 공무원 근무평정 순위 조작과 부서장 도장까지 임의로 새겨 날인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나자 괴로워하며 심리적으로 상당한 부담감을 느껴 왔다는 후문이다.
김씨와 친분이 있던 용인시 한 공무원은 “최근 김 씨가 ‘나는 억울하다’는 말과 ‘이직을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고, 인사승진과 관련해 심리적 압박을 받아 왔다는 얘기들이 시청 내에 돌고 있다”며 “지난 12일 동료에게 연가신청을 부탁한 후 4일 동안 연락이 두절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인사승진 관련 각종 의혹 제기

특히 김 모씨가 숨진 채 발견되자 시청 안팎에서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입단속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더욱이 자치행정국 행정과 인사계 김 모씨의 상급자들이 근무평점 조작 지시 사실을 부인하거나 일괄적으로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김 모씨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청관내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근무평점 조작과 관련해서 말단 7급 공무원인 김 모씨에게 모든 것을 책임지도록 위에서 방조한 것에 대해서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분위기다.
또 동료 직원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말단 7급 공무원이 독단적으로 근무평점을 조작하고 도장을 날인 할 수 있겠느냐. 그럴 가능성은 없다”며 “분명 공무원 조직 내 김 모씨에게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18일 3일간 김씨가 안치 된 용인 Y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해당 국장과 과장 그리고 관계자들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찾아 갔지만 “지금은 얘기 할 것이 없다. 아직 장례가 끝나지 않은 상태니 장례가 끝나면 그 때 얘기하자”며 대화를 꺼려했다.

또 감사원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어떠한 얘기도 할 수가 없고 개별적으로 만나는 것은 곤란하다”며 확인을 거부했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감사원 측은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서가 발견되지 않자 김 모씨의 사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하고, 김 모씨의 휴대폰과 숙소의 컴퓨터·사무용 컴퓨터를 경기청 사이버 수사대에 정밀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시청직원들을 상대로 일부 조사를 진행 중이고, 경기청 사이버 수사대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담당과장 및 계장 문책성 인사 단행

한편, 김 모씨의 장례를 놓고 시청관계자들과 유가족들 사이에 마찰이 있었고, 결국 장례는 19일(5일째)이 돼서야 치러졌다.
18일 김 모씨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유가족들은 기자와의 만나 자리에서 “우리 아들이 자살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무엇이 진실인지 밝혀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날 김 모씨의 형은 “처음에는 동생의 죽음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이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19일 장례가 끝나는 대로 동생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용인시는 이번 사건에 대한 명확한 진상조사를 위해 자체 감사에 들어갔다.
김 모씨의 자살사건으로 인해 공직사회가 패닉상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용인시는 19일 전격적으로 해당부서장을 일선 동장으로 발령을 내는 등 사실상 문책성인사를 단행했다.

김 모씨의 영결식 직후 발표된 이번 인사에서 담당과장인 김광열 행정과장은 구갈동장으로, 이주현 인사담당 계장은 수지구로 각각 전보 발령을 내고 주민생활과 김윤기과장을 행정과장으로 전보 발령하여 사건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구명석 기자  gms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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