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에 치매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수용하는 노인요양시설 건립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마을 주민들이 공사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특히 주민과 건축주 간 법적공방이 이어지는 등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용인시 등에 따르면 처인구 모현면 오산리 104-6번지에 연면적 458.54㎡ 지하1층, 지상1층 규모의 노인요양시설이 건립되고 있다. 올해 1월 19일 석모씨가 노유자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은 이 건물은 지난 4월 공사가 시작돼 현재 약 6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설 오산2리 약 50세대 주민들은 건축주 석모씨가 마을 주민들을 속여 장기요양보호시설을 주택가 한복판에 짓고 있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 주민들 “평화롭던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15년 정도 거주한 건축주 석씨가 주택을 짓는 것처럼 말해 주민들로부터 진입로를 넓히는 편의까지 제공받았지만 마을 주민에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혐오시설을 짓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행 건축법상 착공신고 후 건축허가 표지판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한 달 이상 표지판을 정상적으로 세우지 않아 주민들이 건축물 용도에 대해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산2리 오승환 이장은 “지하1층 공사가 끝나고 지상1층 공사가 시작되면서 규모가 커진 건축물을 보고 의심이 가 구청 알아보니 용도가 노유자 시설이었다”며 “공사가 시작된지 50여일이 지난 5월 31일까지 건축허가 표지판 없이 공사를 해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오산2리 본동마을은 지방문화재인 추탄 오윤겸 선생의 묘소가 있는 문화와 전통의 마을”이라며 “평화롭던 마을이 혐오시설이 들어서게 되면서 발칵 뒤집히고 시끄러워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건축주 석씨는 본지와 전화통화를 통해 “이번 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주민들이 아닌 우리”라며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아 짓고 있음에도 6천에서 7천만원 정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석씨는 “공사하고 있는 요양시설은 치매나 무릎과 허리가 안 좋아서 부모가 버린 어르신들을 치료하는 곳”이라며 “주민들이 모르고 그러는 것이지 정부지원 사업이기도 한 시설이 혐오시설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건축허가 표지판에 대해 “공사현장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 우리와 관련 없다”며 일축했다.

▶‘법적 다툼’건축주-주민 대립심화

관할구청인 처인구청의 입장은 어떨까. 처인구청 관계자는 “오산리 104-6번지에 들어서는 노인요양시설은 건축법 및 기타법령에 적법하기 때문에 지난 1월 19일 건축허가가 났다”며 “주민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혐오시설이라 해도 법에 문제없다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구청 관계자는 또 “이번 노인요양시설 공사 과정에서 건축주와 주민간의 대립이 심한 상황”이라며 “구청장님까지 나서 민원인을 모두 불러놓고 중재를 하려 했지만 원만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건축허가 표지판에 대해 “허가 표지판은 건축법 24조 5항에 의해 설치하게 돼 있으며 철거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며 “오산리 현장에 대해서는 시정가능하다고 판단돼 현장지도로 끝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일로 주민들이 공사를 막고 마을 곳곳에 건립 반대 현수막을 게시하자 건축주 석씨는 마을이장 오승환씨 등 주민 10명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에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재판결과 수원지방법원은 “주민들이 주장하는 모든 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건축허가가 무효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고 건축허가가 취소되지 않는 한 공사를 저지할 근거가 없다”며 석씨 손을 들어줬다.

이에 주민들은 건축주 석씨와 딸 장씨를 상대로 문화재보호구역 내 임야를 무단 훼손한 혐의로 고소하고 건축허가 당시 현황도로였던 부지에 대해 아스콘을 제거한 뒤 밭으로 쓰는 등 대응 수위를 높여 나가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재영 기자  ultraso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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