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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산하를 「베란다원예」로 재생시켜보자
이병화(농경영학, 경제학 박사)

“한국인, 도회지 생활과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로 심신이 오염되고 피로는 겹치고 기력이 쇠진할 때, 내일의 삶에 재도전토록 이것을 세탁해주고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곳이 바로 고향이다. 그들이 나고 자란 고향은 어머니의 자궁과 같아서 그곳을 기를 쓰고 찾아가야만 한다. 연어의 회귀성보다 더 무서운 것이 한국인들의 고향 회귀성이다. 추석과 명절때 귀향하는 행렬을 보라. 이성적ㆍ논리적으로는 절대로 이해를 못 할 것이다.”
일본 경시청 산하 정보조사 분석실이 수상에게 보고한 기밀문건 내용 중 한 부분이다.

● 일본 경시청은 한국의 추석이 국민심성 순화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70년대 중반 새마을운동이 절정일 무렵 대통령사회담당특별보좌관인 장동환 박사는 필자에게 일본 경시청의 고위인사를 소개시켜 주면서 한국의 중앙정보부와 비슷한 조직에 근무하는 사람이니 서로 친하게 지내면 좋은 정보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일본의 오봉절(양력 8월 15일)과 한국의 추석(음력 8월 15일)에 대한 양국 국민들의 귀소본능에 따른 고향방문이 심성 변화와 이에 따른 영향을 조사하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일본은 세계 최고의 부동산 부자나라가 되었고 한국은 88서울올림픽을 성공리에 끝냈을 무렵 경시청 정보조사실 차장이 된 가네야마(金山新一郞)는 반백이 된 머리칼을 휘날리며 필자의 집을 방문하여 「음력 8월 15일 추석이 한국인에 미치는 사회적인 영향」 이라는 보고서를 읽어보라고 주었다.
내용의 주요 부분에 “추석은 한민족의 축제이고, 고향냄새는 인간성 회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국의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추석 때 고향을 다녀오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최고의 통치력이 될 수 있다”라는 것과 “일본의 오봉절은 가장 무더운 여름철이고 수확의 계절도 아니고 성묘철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처럼 국민심성 변화에 긍정적 효과가 없기 때문에 일본도 한국의 추석과 같고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같은 수확의 계절에 맞추어 국경일 제정이 필요하다”라는 것도 지적해 놓았다.
부끄러웠다. 한국인이 아닌 일본 정보기관에서 한국의 추석에 대한 국민정서를 조사하다니, 이참에 우리도 한번 조사해보자는 결심을 하고 경찰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는 것을 핑계 삼아 청와대의 협조를 받아 1차적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재톨게이트와 서울역, 고속버스터미널 등에 전투경찰들을 풀어 추석과 설날에 고향을 다녀오는 분들의 보따리 속에 무엇을 담아 오느냐에 대한 조사를 1989년부터 1992년까지 3년 동안 매번 실시했다.

● 추석날 이후 일주일까지는 범죄가 확 줄어든다.
양재동 톨게이트의 경우 자가용으로 귀경하는 모든 승용차의 뒷트렁크를 열도록 하여 무엇이 들어 있는지 필자가 진두지휘하여 조사한 결과, 그 속에는 가지채 꺾어온 단감과 밤송이, 고구마, 햅쌀, 막 잡은 해산물 등 고향정취가 듬뿍 담긴 농산물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서울역과 고속버스 터미널도 같은 현상으로 나타났다.
2차적으로는 1986년부터 1992년까지 7년 동안 추석 다음날부터 1주일간, 설날 다음날부터 역시 1주일간 범죄발생 빈도수를 조사한 결과, 추석의 경우는 7년간 과실치사를 제외하고는 단 한차례도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고, 범죄율도 평소보다 23%나 줄어들었다. 반면 설날의 경우는 겨우 7%만 줄어들었고 살인사건도 발생했다. 원인분석이 시작되었고 결론은 추수계절의 고향냄새가 심성을 순화시키고 안정시켜 범죄 발생율을 줄인다는 것이었고, 설날의 경우는 겨울철로 인한 자연의 삭막함과 가지뿐인 앙상한 산하는 심성순화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늦게 발견했지만 일본 경시청은 한국 최대명절인 추석날부터 일주일까지 범죄율이 평소보다 확 줄어든다는 사실을 진작에 발견하고 이것의 이유를 오랫동안 추적했고 고향산하의 냄새가 바로 열쇠임을 알고 주목하고 있었다.
이후 일본 경시청은 공영방송인 NHK와 손잡고 ‘고향산하의 논밭에서 자라는 농산물을 우리 집에서 키우자’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내 고향 마을을 아파트 베란다에!!” 라면서 매주말마다 방송을 하고 있고, 지금은 가장 인기있는 교양방송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의 미니농장에 부추, 미나리, 난쟁이형의 오이, 토마토, 가지가 매달리고 홍당무와 각양각색의 농산물과 화훼를 재배하고 이를 애프터 서비스해주는 회사도 여러 곳 생겼다. 국민에게는 보고 키우는 즐거움을 주고 경시청은 방범과 범죄예방에 효과를 보고 있는데, 이는 과거 영국에서 鐵의 여인으로 불렸던 대처 수상이 파출소를 없애고 꽃집을 만들어 범죄를 줄인 것과 맥락이 같다고 하겠다.

● 고향의 山河를 내 아파트 베란다에 옮겨보자.
추석과 설날때 다녀오는 고향을 내가 사는 아파트 베란다에 만들 수 있다.
0.7~1.0㎡의 공간에 박스를 설치하여 미니농장과 함께 뒷동산의 추억을 옮길 수도 있다. 정부는 국민심성 정화와 자라나는 자녀들의 정서함양에 베란다의 미니농장 설치에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아파트에 미니농장이 생겼다고 가정할 때, 우선 방안공기가 맑아지고 습도조절이 될 것이고, 부모님들의 소일거리가 생길 것이다. 끼니때마다 약간의 채소류가 공급될 것이고, 조그만 분수도 만들고 모란잉꼬 한 쌍이라도 키운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세상인심이 각박하다. 총알보다 빠른 세상과 문명의 이기(利器), 인간이 오히려 기계문명에 쫓기며 살고 있다. 베란다 원예는 세월을 천천히 가게 하는 고무줄 역할을 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심성순화 및 정서함양에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범죄예방의 첨병도 될 것이다.

* 이병화 박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특보실 농업생산 담당관, 신갈농민학교장을 겸직했고, 이후 해외농업개발을 위해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3성, 몽골, 필리핀 등에서 활약했다. 박사학위는 러시아에서 취득했으며, 현재 기흥구 고매동 새마을주택1호에 거주하고 있다.

 

김신근 기자  so60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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