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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중위 - 격조 높은 정치가 되기를!

김중위(수필가, 전 국회의원, 전 환경부장관)

“아! 대장 범치란 놈이 퇴끼 똥구멍을 볼라고 ~졸졸 따라댕겨서 보인게, 퇴끼 뱃속에서 뭣이 촐랑 촐랑, ‘예끼! 퇴끼 뱃속에 간 들었다.’~  ‘아니 네 이 놈아 거 뭣보고 시방 간이 들었다고~고함을 그렇게 질러 놓느냐’. 하! 이놈이 말은 했지만 속으로는 딱 질려서 아서라 용왕을 속인 짐에 일찍 세상으로 도망헐 수 밲에는 없다. 대왕님 전에 여짜오대 ‘용왕님 병세가 만만위중 하오니, 소퇴가 세상에를 나가서 계수나무에 걸오 논 간 한보를 가지고 들오도록 하오리다.’”

국창이었던 임방울의 <수궁가(水宮歌)>중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춘향가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창이 아니다. 17~8세기 때 조선의 얘기다. 자칫 죽임을 당할뻔 한 힘없는 토끼의 극적인 탈출을 통해 무능하고 부패한 관료와 어리석은 왕을 풍자하고 지배계층에게 통쾌한 일격을 가하는 해학의 노래다.

옛 우리 조상들은 그림을 하나 그리거나 창(唱)을 하나 불러도 그냥 무심하게 그리거나 부르지 않았다. 잉어 그림이나 닭그림 하나에도 그 뜻이 자못 장대하다. 잉어 그림은 과거(科擧)에 등과하여 나라의 큰 인물이 되라는 뜻의 그림이요 닭 그림은 언제나 조정에 나아가 큰 울림을 울리는 큰 대신으로 커달라는 염원이 그 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그만큼 정사(政事)에 참여하는 것을 본분으로 삼았다.

관직에 보임되고도 이에 응하지 않은 채 초야에 묻혀 선비의 도만 닦고 있는 남명(南冥:조식(曺植, 1501~1572))에게 퇴계(退溪)는 백성이 되어 벼슬하지 않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정사를 성사(聖事)쯤으로 여기지 않았나 싶다.

정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는 국가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국가가 하는 모든 것 그것이 곧 정치다.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요 전쟁 또한 다른 형태의 외교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만큼 정치는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정치를 천시(賤視)하거나 비하시키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이제는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할 수밖에 없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특히 오래전의 노무현 대통령 시대부터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지지 않았나 싶다. 대통령의 입에서 “깽판 친다, 맞장 뜨자, 한판 붙자, 뺑뺑이, 군에 가서 썩고”라는 말이 서슴없이 튀어 나와서였다. 이 정권에 들어 와서도 예외가 아니다. 소위 말하는 내로남불은 이전 정권에서 보여주었던 행태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다고 말할 수가 없게 되었다. 전직 국무총리 출신의 여당 대표라는 사람까지도 “보수 세력을 궤멸시키자”는 소리를 서슴없이 해댔다. 얼마나 구상유치한 소리인가! 야당 또한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욕들을 거리낌없이 하기가 일상화될 정도로 정치의 질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인간말짜들이나 하는 소리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절에다가 육포를 선물하는 해프닝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정치에서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이 저질이면 정치도 저질이 되는 것이다. 정치가 저질이 되면 만사가 저질이 된다. 나라 또한 어찌 저질이 안 될 수 있을 것인가! 나라가 저질인데 국민만 유아독존처럼 선진국 국민 행세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마침 금년이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해이기에 인격을 제대로 갖춘 신인들이 많이 배출되어 격조 높은 정치가 이루어 지도록 간절히 바랄뿐이다. 정치의 격이 높아 지면 국격도 높아지지 않겠는가!
 

김신근 기자  insky81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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