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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경지의 세계>-⑩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중앙대학교 김왕석 전 교수>

아침 일찍 눈을 뜹니다. 여명이 밝기도 전에 머리속에 걱정 반, 호기심 반입니다. 벌써 상당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현관에서 두개의 신문을 같다 놓고는 눈을 감고, 마음을 살펴봅니다. 기사를 보기 전에 맑은 마음과 평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지요.

어제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님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요즘 그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만큼 해먹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구요. 조금 섬찟하지만 집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처음엔 조국장관 자녀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증명서의 위조가 보도 되었습니다. 이어서 조국장관 딸의 고등학교 1학년 때 의대 교수들 관련 논문 제1 저자등록이 보도 되였습니다. 이어 조 장관과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에 관한 보도가 이어졌지요. 더 말하는 것은 조 장관과 가족에 대해 결례가 되는 듯 해 삼가하려 합니다.

매일 아침 기사를 확인하면서 기사를 읽고 나서가 아니라, 읽기 전에 눈을 감고 고요와 평정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항상 기사를 읽고 나면 어떤 형태든 사회적으로 조건화 되고, 교육된 대로 반응하게 된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택시 기사님의 얘기가 생각납니다. 그 지위, 특히나 대통령을 그렇게 지근거리에서 모신 사람들이 그만큼 행세하고 자기이익 챙기지 않은 사람이 세상천지 어디 있겠느냐는 말입니다. 생각하면 틀리지 않은 말입니다. 사람의 생존의 제1 법칙이 경제추구이고, 제2 법칙은 자녀의 대물림 지위 확보 일 테니까요...

어느 권력가가 이를 마다하겠습니까? 어느 부모라서 그것을 뿌리치겠습니까? 그것을 추구하다 뒤태가 잡혔다 해서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인간의 본성과 폭력성, 탐욕의 무의식적 욕망을 스스로 아는 사람이라면 부모로서 못 할 일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일을 보면서 제일 가슴 아픈 것은 우리사회가 얼마나 경쟁 속에 묻혀 있나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경쟁의 사다리가 얼마나 오르기 힘든가 하는 것입니다.

조국장관 부부는 이 나라 최고의 엘리트 이십니다. 사모님과 조국 장관 모두 대학 교수이시고, 특히 조 장관은 대통령의 정무수석을 지냈고, 현직 법무부 장관입니다. 이런 분들이 자녀들의 대학과 의료 대학원을 진학시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만큼 계급의 사다리는 좁고 제한되어 있습니다. 참, 사다리는 좁고 험난합니다.

욕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난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누구도 타인을 욕할 수 없는게 사람의 일이고, 세상사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으니까요. 조국 장관과 그 사모님, 그 자녀들!...

결국 택시 기사님 얘기가 틀리지 않습니다. 젊은 교수 부부의 야망과 우의의 악업쯤으로 넘기면 그만 입니다.

인간의 정신과 생존본능은 수 만년, 수 천년간 발전해 왔습니다. 폭력과 탐욕과 질투와 이기심이 아니면 나와 가족과 국가가 생존 할 수 있었겠습니까? 필요했고 절박해서 유전적으로 선택되었고, 그래서 그것이 자연선택이 되었고, 그것이 나와 인간 종족을 유지시켜 주는 동력이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자연선택의 총합인 제 정신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신문을 펴기가 무섭습니다. 강도, 강간, 살인치사, 폭력, 사기, 분쟁 등 수많은 사회적 사건 사고를 보면서, 그것이 내마음속에 버젓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사회적 사건, 사고는 어떤 악인만이 만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사심과 욕망과 탐욕이 외화되어 사건화 됐다는 사실을 자각합니다. 내 마음의 투영과 사건. 사고의 사슬과 고리, 세상에 대한 평가, 분석은 나를 관찰하고 이해하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두 가지가 걱정이 듭니다. 첫째는, 사회도 아니고 국가도 아닙니다. 아직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스스로 규범의 기준을 어떻게 내화 할까가 걱정입니다. 두번째는 대통령께서 너무 무거운 짐을 홀로 감당하시고 계시다는 걱정이듭니다. 두 가지 큰 시름입니다.

‘악은 불멸의 매력’이라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말이 섬찟 가슴에 다가오는 아침입니다.

구명석 기자  gms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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