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제55사단은 지난 6일 사단장 주관으로 예하 산성부대의 책임지역인 광주일대에서 본격적인 유해발굴을 위한 개토식을 가졌다.

광주일대는 1. 4후퇴 후 UN군이 대대적인 재반격 작전(작전명, ‘썬더볼트’)을 실시했던 격전지로 적지않은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조억동 광주시장을 비롯한 주요인사등 130여명이 참석한 이날 개토식에서는 당시 19세의 나이에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하여 6사단 19연대 소속으로 수많은 전투를 치렀던 참전용사 조덕제(78세)씨의 전투상황 설명이 눈길을 끌었다. 

“저 고지를 점령하려고 격렬하게 싸웠죠. 그 때 죽은 전우들의 유해를 우리가 미처 수습하지 못했어요. 아마 아직도 묻혀있을 겁니다.” 

“이 근방 전투 중에서는 저 514고지 전투가 가장 치열했었습니다. 미 24사단이 다섯 번이나 점령을 시도했는데 실패하고 결국 우리 국군에게 공격명령이 떨어졌어요. 난 그때 학도병 신분으로 군번도 없었는데, 마산 출신이었던 소대장이 그럽디다. ‘우리 특공대가 저 고지를 점령해야 한다.’라구요.” 

그날의 전투장면을 자세히 기억하려는 듯 잠시 숨을 돌린 그는, 목을 한 번 축이고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 소대에서 21명이 자원해서 나갔어요. 8부 능선의 공격대기지점까지 몰래 올라가서 총, 실탄, 장구류를 다 내려놓고 방망이 수류탄만 5개씩 챙겼습니다. 위에는 미군 쌕쌕이(제트기)가 날아가고, 앞에는 포탄이 떨어지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적의 역공을 받고 10명 가까이 잃은 채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역전의 용사인 그도, 그날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게 이야기의 끝인가’하는 순간, 그가 말을 이었다. 

“겨우 내려왔는데 소대장이 다시 얘기합디다. 다시 가야한다구요. 그래서 나를 포함한 7명이 또 수류탄만 들고 올라갔습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기관총탄을 피해 수류탄을 던져댔는데, 그만 다리에 한 방 맞고 데굴데굴 굴러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거기 내 동기가 수류탄 파편에 피떡이 되어 누워 있더라고요. 형제간보다도 무서운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지라, 부지불식간에 들쳐 업고 내려와서는 논두렁에 몸을 숨겼죠. 남은 특공대 몇 사람이 결국 고지를 점령하자 본대가 투입됐어요. 그 고지에 수습하지 못한 전우들의 유해가 있을 겁니다.” 

차분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그는, 강한 어조로 말을 마쳤다.

우린 정말 용감하게 싸웠어요. 후퇴할 때도 뒷걸음질로 전방을 응시하며 내려왔지, 절대로 등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수색대대 출신이었던 석동명씨(80세)에게도 이 지역은 많은 동료전우들을 보내야했던 슬픈 기억이 서린 장소다. 

“우리는 수색대대였던 만큼, 그 누구보다도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우리가 적정을 탐색한 다음 아군이 투입돼서 고지를 올라가는데, 미군 제트기가 날아와서는 아슬아슬하게 지원사격을 하더라구요. 안 되겠다 싶어 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우리들 등에는 피․아 식별용 대공판이라는 게 붙어 있었거든요. 결국 고지를 점령했지만, 치열한 전투 끝에 많은 전우들이 죽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내 손으로 직접 후송한 전우만 두 명이요. 내려와서 세운 임시 안치소에는 관이 꽉 찼어요.” 

그는 이후 여러 전투에서 세운 공로로 화랑무공훈장까지 받은 용사였지만, 결국에는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휴전할 때까지 용감했던 내 선배, 전우들이 다 죽었어요. 나만 살아남았지...” 

발굴부대장인 박주홍 대령(육사 #42)은, “한 구의 유해라도 더 찾아서 조국의 품으로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가적 보훈사업인 만큼,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정민 기자  so60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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