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8시, 438일에 걸친 ‘용인어정가구단지 망루 고공 농성’의 현장 대책위가 3층 건물옥상에서 농성을 풀었다.

모두가 우려했던 제2의 용산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화염병과 골프공 등으로 중무장하여, 무려 15개월여 간이나 경찰관과 대치를 벌여왔던 어정가구단지 내 철거민 망루가 철거된 것이다. 이를 바라보던 용인시민들과 그 안에 있던 시위대 간의 팽팽한 긴장은 이로써 일단 막을 내렸다.

우리는 사실 2007년 12월부터 높은 망루에서 농성을 벌여온 ‘어정 세입자 대책위 철골 망루 설치 농성’을 바라보며 지난 용산참사사건이 재연되지나 않을까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이 두 사건이 본질적으로 그 양상이 다른 면도 있다. 용산 사건이 전국철거민연합이 철저히 개입하면서 주변 시민들을 불안하게 한 반면 어정가구단지는 대책위가 그 역할을 다하면서 과격한 행동이 거의 없었던 탓이다.

사실 공권력의 철거에 맞서 최후의 보루로 행사되던 망루 농성의 위험성은 그간 여러 사건을 봐도 확연하게 다르다. 그 이유는 몰릴 대로 몰린 해당 주민들이 투쟁의 장기화와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비해 발화물질과 투척용 골프공, 그리고 최근 자주 등장하고 있는 화염병 등을 준비해 그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른 탓이다.

과거 오산시의 경우가 그러했고, 얼마 전의 용산사건도 이러한 예상의 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어정단지의 경우도 자칫 갈 데까지 갈 수도 있다는 생각들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철거민 대책위 측이 한 경찰관의 끈질긴 설득 끝에 시 측의 요구와 대화 건의를 받아들여 아무런 인명피해 없이 자진철거를 하게 된 것이다.

정보과 김연주 형사는 현장을 총 270여회나 방문하고. 그는 방문때마다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며 ‘농성자 스스로 농성을 풀수 있는 고민’을 유도해나갔다.
서로 의견이 다른 사항이 돌출될 때는 시청과 조합, 대책위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주선했다.

경찰은 시와 조합, 대책위원회 간 협의체를 결성해 41차례에 걸쳐 협의하고 조합과 해당 주민들 간 협의도 76차례나 주선해 명실상부하게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낸 것이 오늘의 결실를 만든 것이다. 마치 무슨 영화의 감동적인 한 장면처럼 인간적인 면모로 다가선 일선행정이 일궈낸 이 사례에 대해 우리는 전국의 이와 유사한 사례에 접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담당정보형사는 두 차례에 걸쳐 백내장 수술까지 하는 개인적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그는 충돌이 아닌 대화로 끝난 이번 ‘어정 망루 농성’을 잊지 못할 보람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서로의 치열한 싸움 끝에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속출한 다른지역의 결과와는 그 양상이 다른 이번 일에 경찰은 농성 중이던 철거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 등 11명을 자진출두 형식으로 소환해 사법처리 역시 자진철거 등 정상을 참작해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세 번이나 진압작전 계획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인내와 대화로 세입자 철거민들과 끈을 놓지 않았던 경찰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 남은 것은 경찰의 입장대로 법의 잣대로 처리하되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시위에 참가한 사람 등은 선처해 화해의 장으로 만들어 가는 일이다. 철거지역이 매번 강성시위로 변해가던 일에 겨울가뭄의 빗줄기로 작용한 모범적인 사례로 남기기를 바란다.이번 어정 망루 사건과 용산사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용산 사건은 시민을 불안하게 했고 민폐도 끼쳤으며 상당히 위험했다. 전철연이 철저히 개입했다. 하지만 이곳은 전철연이 역할을 다 못했고, 불안한 요인이 없지는 않았지만 과격한 행동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전국지역신문협회 부회장
박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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