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가 전쟁과 같은 국가 비상사태 시, 지역 주민들의 구호나 치료, 나아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기밀 관리체계인 '비상대비자원 관리시스템'의 암호 장비를 분실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14일 YTN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전쟁과 같은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각 지자체 인적·물적 자원을 긴급 동원하기 위해 '비상대비자원 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안전처를 중심으로 각 지자체와 연결돼 있는 이 시스템에는 비상사태 시 동원할 수 있는 구호물자나 의료품, 차량, 인적자원 등 최고 1급에서 2~3급에 이르는 국가 기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동원자원·비축물자·핵심자원 분야로 나뉘어 있고 자원할당배분·비상업무담당자 등 구체적인 지시도 알 수 있게 돼 있다.

국정원이 관리를 맡고 국가 정보망을 이용하는 이 시스템에 접속하기 위해선 국정원 측이 준 암호모듈과 프로그램 CD 등의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용인시의 허술한 관리로 이처럼 중요한 암호 장비인 암호모듈과 CD 각각 1개를 잃어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시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지난 7월 말 실시된 을지연습에서 경기도로부터 암호장비 사용방법을 교육 받는 과정에서 분실한 사실을 알게 됐고, 이 사실을 8월 초 국정원에 알렸다”면서 “평소 암호장비는 안전총괄과 내에 있는 이중 잠금 캐비넷에 보관해 오다 물자 수량 파악을 위해 이 장비를 사용했던 직원이 사용 후 제자리에 두지 않아 분실된 것으로 보고, 국정원 조사 결과 6월 중순 분실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답변했다.

암호 장비들은 규칙에 따라 별도의 비밀보관 용기에 넣어둬야 하고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하지만, 용인시는 분실 56일 만에야 국정원에 신고하는 등 이 같은 기본 수칙도 지키지 않고, 관리도 엉망이었다.

더 큰 문제는 해킹 가능성으로, 내부망이 뚫렸다면 지난 6년 동안 유지해온 시스템 전체를 다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정원은 해당 지자체를 상대로 분실 경위를 집중 조사하는 동시에, 외부 해킹 시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호 기자  insky1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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