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의회 지방재정제도개편 반대 특별대책위원회 김기준 위원장

우리나라에 지방자치가 도입된 지 2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후진적인 모습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가지표체계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전국평균 현황이 1997년에는 63%였고, 2015년에는 50.6%를 기록하고 있다. 18년 만에 재정자립도가 12.4% 추락했다. 큰 이유는 재원 대부분이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의 비용을 충당하는 데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상보육, 기초연금, 누리사업 같은 각종 사회복지사업의 예산이 지자체로 떠넘겨진 것이 대표적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지자체가 자율적인 조세정책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탄력세율제도가 있지만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의 현행 지방세법은 지자체에 대하여 법정세목 이외에 그 스스로 세원을 발굴하고 세율을 정하여 주민에게 부과할 수 있는 권한, 즉 법정외세의 창설·변경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방세의 세목, 세율, 과세표준 등 모든 사안을 중앙정부에서 결정토록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행정자치부가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의 50% 내외를 도세로 전환해 시·군에 재분배하고, 조정교부금 배분방식을 재정이 열악한 시·군에게 유리하게 변경하는 지방재정 개혁방안을 내놨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시·군의 돈을 빼앗아 형편이 더 좋지 못한 시·군에게 나눠주겠다는 것으로 연간 1,724억 원의 용인시민의 세금을 정부가 빼앗겠다는 것이다.

용인시 등 6개 도시(소위 불교부 단체)는 시민이 낸 취득세, 등록면허세 중 55%를 이미 타 시·군의 지원을 위해 경기도에 내고 있다. 단지, 불교부 단체는 재정수요보다 수입이 많아 지방교부금을 받지 않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시행령을 고쳐 25%만 남기고 20%를 더 빼앗아 가난뱅이 도시로 만드는 것은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강탈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행정자치부가 단지 지자체의 세입측면만 고려한 것으로 인구 100만 대도시의 재정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올해 용인시 예산은 1조 8,495억 원으로 이중 인건비 등 법적·의무적 경비 1조 1,397억 원, 시설 및 유지관리비 등 고정경비 2,067억 원을 빼고 쓸 수 있는 가용예산은 1,644억 원 가량이다. 이 가운데 당장 지방재정제도가 개편되면 신갈~수지 간 도로 개설, 보성~구성역 간 도로개설, 읍면동 주민숙원사업 등 기반시설 설치사업이 축소되거나 중단된다. 또 어린이집 위탁운영, 시립어린이집 확충, 지역아동센터지원, 노인복지관 운영, 65세 이상 약제비 지원은 물론 영덕동 주민센터 건립, 서농동 복합주민센터 건립, 처인구청 신축 등 공공청사 건립도 중단될 수 있다. 한때 파산위기까지 몰렸던 용인시는 2015년 말 2,214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갚는 등 최근 3년간 매년 1,800~2,200억 원씩 5,000억 원에 이르는 부채를 갚기 위해 사업을 축소하거나 연기했다. 이렇게 용인시 공무원과 시민들의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으로 올해 겨우 재정 정상화를 이뤘는데, 매년 1,724억 원씩 정부에 빼앗기면 용인시는 다시 위기를 맞을 것이다.

용인시의회는 해당 지자체와 단 한 차례도 협의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한 지방재정 개악안에 대해 100만 용인시민과 함께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우선 보다 체계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용인시의회 지방재정제도 개편 반대 특별대책위원회’를 지난 5월 30일 발족했다. 국회와 행정자치부 등 방문시위, 불교부 단체 6개 시의회 공동 대응방안 모색, ‘용인시민 세금지키기 운동본부’와 연대를 통한 반대운동 전개, 의회 차원에서의 범시민 홍보 등 지방재정제도 개악안에 강력 대응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행정자치부는 지방재정제도 개편을 즉각 중단하고 당초 약속한 대로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하고 지방교부세율 인상과 지방세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이행하고, 지방재정의 구멍을 국세로 충당해야한다.

따라서 고작 20% 밖에 되지 않는 지방세 비중을 최소 30%, 40%로 배분하는 등 지방자치를 위한 근본적 세제 개편만이 ‘다 같이 잘 사는’ 상향평준화의 길이다. 지방재정 확충과 건전성 강화는 정부의 법적 의무임에도 그 책임을 지방자치단체, 바로 용인시와 5개 도시에 떠넘기면 안된다. 마지막으로 지방재정 문제를 중앙정부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자세를 바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서로 협의·결정하는 체제가 법적으로나 관습적으로 주어져야 한다.

구명석 기자  gms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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