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 한글학당은 탐키시민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한글학당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들이 한국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적극 앞장서겠습니다.”

지난달 6일 베트남 쾅남성 탐키시에서 열린 ‘한글학당 입학식 및 어린이집·직업훈련원 착공식’에 참석한 국제연꽃마을 회장 원명 스님은 현지 주민들을 향해 이 같이 약속했다. 이날 문을 연 한글학당은 연꽃마을이 국제사업으로 추진한 첫 번째 프로젝트다.

불교계 최초로 노인무료병원을 마련한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 지난 20여년간 다양한 형태의 노인복지시설을 건립하고 운영하며 ‘사회적 효’ 실천에 앞장서왔다.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 사회복지 증진에 기여하고 있는 연꽃마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펴봤다.

1989년 설립된 연꽃마을은 국내를 대표하는 노인 복지법인이다. ‘효’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국 1만여명의 노인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받는 노인들에게는 따뜻한 이웃이 돼 고락을 함께 하고, 만성질환으로 자신을 돌보기 어려운 노인들은 시설에 입주시켜 정성껏 보살핀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노년의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에 노력하는 한편 노년 문화진흥사업도 전개한다.

그렇게 하나 둘, 사업을 늘리다 보니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시설만 60여개. 직원도 천명이 넘는다.

용인에서 기틀 마련한 연꽃마을…다양한 복지시설 운영

▲ 용인노인요양원(좌)과 용인노인전문요양원(우).

지난 1990년 용인무료양로원 건립을 시작으로 노인 복지서비스 기틀을 마련한 연꽃마을은 이후 시설을 점차 늘려 전국 곳곳에 노인요양원, 복지관, 의료시설 등을 설치·운영하기에 이른다. 최근엔 용인시립상현어린이집 같은 아동복지시설의 운영도 맡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의 출발지인 용인노인요양원은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편의시설 증진과 안정성 확보 등을 통해 요양원 입소 노인들이 편리하고 안락한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장기요양평가 4회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2010년 10월 개원한 용인노인전문요양원은 치매, 노인성 질환 등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평가 1~4등급을 받은 노인 가운데 가정에서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매월 노인 및 보호자에 대한 상담과 급식, 간식, 목욕 등의 일상생활지원서비스를 비롯해 레크레이션 및 영화관람 등을 통한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종교활동과 특화 프로그램을 통한 사회재활 서비스도 정기적으로 제공 중이다.

용인시처인노인복지관은 2009년부터 연꽃마을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노인복지시설로, 지난 1월 전국 사회복지시설 평가 최우수등급 기관에 선정되며 전국 최고의 노인복지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복지관은 고객감동 실천을 위한 ‘2S행복더하기’(Smile-웃는 얼굴, Salutation-친절한 인사)를 선포하고, 모든 직원들이 스마일 베지를 착용하며 미소 짓는 얼굴로 노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효의 사회화 운동’으로 노인 사회복지 증진에 기여

연꽃마을의 3대 대표이사 원명 스님은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성공적인 노후를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편들을 궁리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효의 사회화 운동’을 통해 어르신의 권익보장과 인권신장 등 사회복지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계 법인인 연꽃마을이 사회복지 사업을 크게 펼칠 수 있었던 건 2014년 입적한 2대 대표이사 각현 스님의 강한 의지 때문이었다.

홍콩 유학시절인 1978년, 모든 불교사찰이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걸 직접 보고 체험한 각현 스님은 1982년 귀국한 뒤 국내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연꽃마을을 설립한 성수 스님(1대 이사장)의 제안으로 이사장직을 맡아 우리나라 사회복지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각현 스님은 복지시설 확충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복지법인, 대학 등과 협약을 맺는 등 국제교류도 활발히 펼쳤다.

해외로 눈 돌리게 한 베트남 청년의 한마디

한글학당을 개설한 베트남과의 인연 역시 이 과정에서 이뤄졌다. 2005년 일본 사회복지법인 ‘경로원’과의 교류 차 나가노를 방문한 스님은 귀국 전날 머문 도쿄에서 베트남 유학생으로부터 “한국은 왜 베트남에서 저지른 만행을 반성하지 않느냐”는 쓴 소리를 듣게 된다.

청년의 뼈아픈 한마디에 충격을 받은 각현 스님은 이때부터 베트남인의 한을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매년 500만원의 장학금을 베트남 쾅남성 교육위원회에 기탁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베트남 쾅남성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각현 스님. 베트남 방문 이후 천도재를 지내고, 고엽제 후유증 피해자에 대한 안면 기형 성형수술과 의수족 보장구를 지원하면서 쾅남성과의 관계가 두터워졌다.

그리고 2010년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부지 6만6천여㎡(2만여평 규모)의 땅을 무상 제공할 테니 한국형 사회복지시설을 베트남에 지어 달라는 것.

연꽃마을은 이듬해 4월 무상기증 기본협약을 체결하고 그해 7월 본협약을 체결했다. 12월엔 국제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특화 사업단 ‘사단법인 국제연꽃마을’을 설립, 12년 동안 진행될 대형 프로젝트의 서막을 알렸다.

베트남 연꽃마을의 1단계 프로젝트 ‘한글학당’ 

한국형 사회복지시설은 ‘베트남 연꽃마을’이란 이름으로 2012년 12월 첫 삽을 떴고, 4단계 중 1단계 사업이 2년 6개월 만인 지난해 6월 마무리 됐다.

1차 사업에 포함된 한글학당은 지난달부터 베트남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베트남 현지에 있는 한국기업의 취업 및 한국 방문 취업기회가 제공된다. 교실 외에도 도서관, 숙소동이 조성됐다.

‘베트남 연꽃마을’에는 앞으로 한글학당 외에도 2단계 사업인 어린이집과 직업훈련원을 비롯해 유치원, 교육연수원, 노인요양원, 병원, 재활의원, 기타 편의시설이 2023년까지 차례로 들어설 예정이다.

한편, 국제연꽃마을 회장 원명 스님은 “최고의 시설과 강사진으로 시민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베트남에 한국형 사회복지모델을 전파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상훈 기자  shy96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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