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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통해 산불이 알려지는 건 일년에 몇 차례지만 산불이 안 나서 그런 게 아니에요. 불은 여기저기에서 계속 나는데 조기진화를 할 수 있어서 그런 거죠.”

   봄철, 특히 한식과 식목일을 전후로 산불이 많은 계절이다. 산불 담당자들, 특히 만약의 산불에 대비하는 사람들은 이 봄철이 반갑지만은 않다. 알려진 산불보다 실제로 발생하는 불은 헤아릴 수 없다. 용인시에서는 지난 3월 21일 하루에만 7건의 산불 신고가 접수됐지만 조기 진화했다. 산불이 나는 날에는 용인만 아니라 인근 시에서도 영락없이 발생하는데 이럴 땐 지원도 나간다. 용인시의 산불진화 헬기 조종사 양화석(60) 씨를 만났다.

  1972년부터 군에서 헬기조종사로 20년을 근무하다가 지난 1990년 제대하고 민간 항공사에 입사해 일해 왔다는 그는 대구 달성, 경남 진주, 강원도 등에서 산불진화헬기를 조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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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목일, 한식에 큰 불이 잘 나요. 차들이 밀려 있어 소방차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더 그렇죠. 산불이 나는 원인은 지역별로 다르지만 용인 쪽에는 쓰레기 불법 소각이 많아요. 특히 도심지가 아닌 전원주택은 산과 인접해 있어 불이 산으로 잘 옮겨 붙거든요.”

  산불 담당자와 진화대원들, 그리고 소방서 관계자들은 그가 불이 났을 때 일출부터 일몰까지인 그의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제일 먼저 현장으로 달려간다고 칭찬한다. 초기진화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산불 담당자에게 밤낮을 가리지 말고 알려달라고 평소 얘기해 두기 때문이다. 헬기는 밤에 뜰 수 없지만 미리 준비를 해 날이 밝기 시작하면 출동한다.

   “아무래도 헬기가 빠르지요. 불은 번지기 전에 막는 게 중요하니까요. 일단 확대 되면 두 대, 세대가 붙어도 못 끄니까요. 화재는 초기 진화가 중요해요.”

  산불 담당자는 그가 ‘화두(火頭)’를 잘 잡는다고 칭찬한다. 불이 났을 때 어느 곳에 물을 뿌려 불길을 잡느냐가 진화 시간과 피해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먼저 잡아야할 곳을 잘 파악하기 때문에 지상에서 일하는 산불진화대원들이 일하기가 수월하다. 게다가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헬기의 고도를 조절해야 목적한 곳에 정확히 물을 뿌릴 수 있는데 그의 적중률이 높은 것도 그의 인기에 일조한다.

  “양수기가 나무에 걸리지 않을 만큼 높이 있어야 하는데 불을 끄는 효과를 위해서는 최대한 지상에 가까이 가야하고, 헬기의 바람이 일으키는 먼지가 지상(地上) 진화대원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빠르게 지나가도록 하는 것을 신경 써야 하죠. 컴퓨터로 프로그램 할 수도 없는 일이라 쉽지는 않죠.”

  물을 찾고 물을 담아 산불 현장으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불이 난 곳에서 제일 가까운 담수지가 어디인지 잘 알고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위험한 일은 헬기에서 양수기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물 위에서 가만히 정지하고 있어야 하는 때다. 바람부는 날에는 헬기가 흔들려 물을 끌어올리기가 힘든데다 3m 남짓한 호스를 물에 넣기 위해 담수지 가까이 내려앉다보면 자칫 바람에 흔들려 헬기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날 수 있다.

   한번 불을 끄기 위해서 헬기가 물을 담아 뿌리고 다시 물을 담고 이동하는 횟수만도 40~50회. 하루에도 불이 여러 곳에서 나는 날에는 식사할 시간도 없어 하루 종일 굶을 때도 있다. 아예 헬기 안에 물과 쵸코파이도 비상식량으로 준비해두었다.

  보통 산불조심 기간인 봄철 2월 1일부터 5월 15일, 가을철 11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는 집에도 가지 않고 ‘대기’상태다. 헬기장 옆 컨테이너박스로 만든 숙소에서 지낸다. 작은 방갈로를 사무실로 하고 작은 숙소에서 정비사, 급유사와 팀을 이뤄 산불에 대비한다. 집에는 비가 오는 날에만 간다.

   “저 말고도 산불 때문에 마음 졸이고 대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건조한 날, 바람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부는 날에는 절대로 불을 피우면 안 됩니다 방화범이 아닌 이상은 자기가 산불을 낼 거라고 생각하고 불을 피우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설혹 불을 피우다가 번지면 혼자 끌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싶으면 숨기지 말고 바로 신고를 하셔야 합니다. 혼자 불을 끄려다가 지치고 질식해서 죽는 경우도 있어요. 신고만 빨리하면 대처가 됩니다.”

 
 박재영기자yongin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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