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로 1200㎞, 남북으로 200㎞. 해발 4000ｍ급 영봉과 빙하 그리고 만년설로 뒤덮인 거대한 산맥 알프스. 그리고 알프스를 대표하는 산, 융프라우.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에 올라 알프스의 장엄한 파노라마를 만끽해 보자. 등산열차를 타고 올라가 해발 4000ｍ 고지에서 바라보는 유럽은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감동을 선사한다.
■ 두근거리는 알프스의 아침 = 인터라켄 오스트역에서 기차에 오른다.
인터라켄은 융프라우로 가는 관문이 되는 마을이다.
기차에 타자마자 서둘러 창가 자리를 확보한다.
창 밖으로 융프라우가 보인다.
한여름에도 녹지 않는 만년설이 저 멀리서 반짝인다.
취리히에서 이곳까지 이동해 오면서 느꼈던 피로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오직 융프라우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와 닿는다.
하지만 창을 닫지 않는다.
알프스의 상쾌한 아침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 그린델발트에 도착한다.
여기서 기차를 갈아타고 클라이네 샤이데크로 향한다.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한가로운 초지가 펼쳐진다.
달력이나 엽서에서 늘 봐왔던 바로 그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는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시종일관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열차가 달리는 동안 간간이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이때 한국어 방송도 들린다.
출발한 지 2시간 반 정도가 지나자 어느덧 심상치 않은 한기가 느껴진다.
그렇다.
융프라우요흐에 도착한 것이다.
해발 3454ｍ,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기차역이다.

▲     © 용인뉴스

■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 = 융프라우요흐 위쪽에는 스핑크스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해발 3571ｍ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답게 `유럽의 꼭대기(Top of Europe)`라는 문구가 보인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알프스는 그야말로 `빙하의 바다`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설산을 볼 기회가 또있을까. 산 아래는 계절이 바뀌어도 산봉우리는 언제나 겨울이다.
전망대는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어 360도 조망이 가능하다.
문을 열고 야외 테라스로 갈 수도 있다.
밖은 매우 춥기 때문에 미리 따뜻한 옷을 준비해 와야 한다.
설원에 햇빛이 반사돼 무척 눈부시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가져 가면 도움이 된다.
얼음터널인 `아이스팰리스`를 따라가니 얼음조각상이 반겨준다.
각기 다양한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즐겁다.
아이스팰리스를 지나면 플라토전망대가 나온다.
전망은 스핑크스전망대보다 못한 편이지만 직접 눈 위를 걸으며 다양한 각도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레스토랑에 가면 한국 컵라면을 먹을 수 있다.
스위스 산꼭대기에서 먹는 얼큰한 라면 맛은 상상 그 이상이다.
뜨거운 국물로 배를 채우고 융프라우요흐 우체국에 들른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체국에서 저 먼 곳에 있는 `그 사람`에게 편지를 띄운다.
인터넷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메일을 띄울 수도 있지만 굳이 펜을 들어 또박또박 백지를 채운다.
융프라우 스탬프가 찍힌 엽서를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기 때문에.
융프라우요흐에서 내려가는 길은 등산열차를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트래킹 코스를 직접 걸으며 융프라우 아래 옹기종기 자리한 산간마을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둘러보기 위해서다.
■ 산간 마을 트레킹 재미 쏠쏠 = 알프스 산간마을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그린델발트는 경사가 완만하고 초지가 넓어 가볍게 산책을 하기에 좋다.
봄에는 야생화를 감상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겨울에는 스키를 타려는 인파가 끊이지 않는다.
번지점프나 래프팅 등 사계절 레저를 즐기기에도 좋아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다.
은행, 슈퍼마켓, 상점, 호텔 등이 모여 있는 아기자기한 중심가도 정겹다.
도르프교회 뒤쪽으로는 아이거북벽이 보인다.
뾰족한 교회 지붕과 주위를 둘러싼 나무, 뒷마당에 있는 아담한 묘지가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품격 있는 호텔에서부터 저렴한 롯지까지 숙박시설이 다양해 며칠 머물기에도 좋다.
계곡 지대에 위치한 라우터부르넨도 들러볼 만하다.
괴테는 이곳에 있는 슈타우프바흐 폭포에서 시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아담한 마을이기 때문에 1~2시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영화 `007` 배경지로 등장했던 실트 호른도 관광명소다.
쳐다만 봐도 아찔한 언덕 지대에 위치해 있다.
스위스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