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년전엔 간도·집안도 우리나라 땅” 고지도를 통해 역사를 만나다 | |||||||||||||
경희대학교 수원캠퍼스 본관 4층에 자리잡은 ‘혜정박물관’(관장 김혜정·혜정문화연구소장)이 바로 그것. 김혜정 관장이 30년 동안 모은 동서양의 고지도 900여점(서양지도 600여점·동양지도 300여점)을 경희대에 기증, 지난 5월 박물관을 개관했다. 개인이 직접 국내외를 넘나들며 고지도를 수집했으며, ‘동해’와 ‘독도’, ‘간도’ 등을 우리 영토로 표기한 것은 물론 ‘COREA’ 등의 명칭이 그대로 담긴 고지도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혜정박물관은 15세기에서 20세기까지 서양에서 제작된 고지도 및 지도첩, 고지도 관련 사료, 고문헌 등을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은 총 1천여평에 3개의 전시관을 비롯 특별체험관, 수장고, 자료실, 연구실, 세미나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지도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최초로 등장하는 ‘일본열도(1595년)’와 서양 고지도에는 처음으로 우리 국토가 완전한 모습으로 그려진 ‘조선왕국도(1737년)’, 간도가 우리 영토로 표기된 ‘백두산 부근지세약도(1909년)’ 등이다. 또 1737년 프랑스의 당빌이 제작한 고지도에는 당시 중국식 발음으로 울릉도(Fan-ling-tao)와
1705년 프랑스의 드릴, 1794년 영국의 던이 제작한 지도에는 동해가 ‘ER DE COREE’와 ‘COREAN SEA’로 표시돼 있어 이미 1700년대 서양인들이 동해를 한국의 영해로 인정했음을 보여준다. 이와함께 1924년 프랑스 ‘파리 외방 선교회’가 만든 카톨릭 교구도는 당시의 프랑스 선교사들이 한반도를 대구·서울·원산교구 등 세곳으로 나눴고, 이 중 원산교구는 간도 지방까지 포함하고 있어 간도가 우리 땅임을 입증하는 귀중한 자료다. 전시실은 총 900여점의 고지도 중 15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제1전시실은 고지도에 대한 개관 및 서양고지도에 나타난 우리나라의 형태와 명칭표기의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16세기 중반 우리나라는 중국 동북부에 편입되어 있거나 불완전한 형태로 그려졌다. ‘일본열도(1595년)’에는 길쭉한 섬으로 표현됐다. 또 16세기 말과 17세기에는 역삼각형 섬 또는 둥그런 섬으로 그려졌고, 1737년 당빌의 지도 ‘조선왕국’ 이후 반도의 모습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제3전시실은 서양고지도와 동해 명칭표기의 변화를 볼 수 있는 공간. 이 전시실에서 동해는 16세기 ‘동방해(Mare Occeanum Orientale)’, 17세기 초 및 18세기에는 ‘코리아해(Mer de Coree, Sea of Corea)’, 18세기 중반이후부터 서서히 ‘코리아해’와 ‘일본해(Sea of Korea /Sea of Japan)’가 공동으로 표기되다 19세기 중후반부터 일본해 표기가 우세한 것을 볼 수 있다. 김 관장은 “동해 표기는 1820년을 전후로 급격히 사라진다”며 “일본의 국력이 신장하면서 일본해란 표기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체험정보실은 혜정박물관 소장 고지도를 목판이나 고무판화로 복각, 직접 탁본을 해 보면서 고지도와 더욱 친해질 수 있는 코너다. 한편 혜정박물관은 우리의 역사와 영토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태극기를 기본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서양고지도에 처음으로 완전한 국토의 모습으로그려진 당빌의 지도 ‘조선왕국’의 문양을 담은 기념우표도 발간했다. 201-2012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인터뷰/김혜정 관장
김혜정 관장의 오랜 지론이다. 수집가이자 학자로서 자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대학시절 일본의 한 고서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고지도를 본 것을 계기로 고지도의 멋스러움에 푹 빠진 김 관장. “고지도는 예술작품이란 측면에서 수집하게 됐죠. 지도는 과학과 예술이 접목된 하나의 작품이란 것을 알았어요. 국가마다 그리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독특한 매력을 느꼈죠” 김 관장이 고지도를 수집한 또다른 이유는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아 온 우리 민족의 아픔을 되풀이 하지 말자는데 목적이 있다. “지도는 지배하는 민족과 지배받은 민족을 극명히 구분합니다. 영국과 스페인 등은 지배를 위해 지도를 연구했던 민족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웃나라에 지배받은 아픔이 있는 만큼 자료를 통해 지도를 연구하고 후학들을 키워야 합니다” 일본에서 대학을 나온 김 관장은 연세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일본에서 마케팅연구소를 운영했고, 이후 동국대 교수를 거쳐 경희대 박물관장 겸 석좌교수로 활동중이다. 한편 혜정박물관은 코엑스에서 ‘광복 60주년 특별전 우리땅 우리역사전’(7.15~9.15) 개최를 비롯 외부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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