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비리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를 소지를 원천차단하는 인사시스템이 더욱 중요하다.
민선 4기 당시 근무평정표 조작을 통한 인사비리로 7급 공무원이 자살하고 인사계장과 행정과장, 당시 시장이 법정에 서는 아픔을 겪은 용인시는 그래서 민선 5기 김학규 시장이 투명한 인사와 비리의 원천차단을 최우선 과제로 세웠을 정도다.
하지만 민선 5기 출범이후 1년여 사이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용인시는 인사 시스템이 오작동 되되고 있다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우선 지난 달 10일 적발된 건설과 7급 공무원에 대한 인사 괸리시스템을 보자.
전모씨(40.구속)는 이날 대낮 시청 화장실에서 업체관계자로부터 현금 500만원을 받다가 국무총리실 암행반에 적발됐다.
문제는 건설과에서 전씨의 비리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하고 인사부서에 인사조치를 요구했지만 묵상당했다는 점이다.
용인시와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전씨가 일하던 건설과 간부 공무원들은 올해 초 전씨가 동료 직원은 물론 업체에게 수시로 전화해 이미 많은 돈을 빌렸거나 빌려달라고 한 사실을 파악했다.
또 건설과는 업체 관계자나 시청 하위직 공무원들과 자주 도박을 하고 성인오락실 출입과 카드도박등으로 진 빚이 억대가 넘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2월과 5월 인사담당부서 국장과 과장, 계장에게 통보해 비리 예방 차원의 인사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인사부서인 행정과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건설과는 결국 는 지난 7월 전씨를 같은 과 내 다른 계로 옮기도록 하고 거의 업무를 맡기지 않았지만 도박빚에 시달리던 전씨는 자신과 알고 지내던 업체에 금품을 요구하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건설과 관계자는 "통상 빚이 많고,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면 업체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할 가능성이 커 예방 차원에서 인사부서에 조치를 요구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사담당 부서에서는 이같은 사실을 통보받고도 즉시 인사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감사부서에 구체적인 비리 여부 파악을 의뢰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2005년부터 차명계좌를 통해 7~8개 업체로부터 6000여만원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바늘도둑'을 방치해 '소도둑'으로 키운 셈이다.
이에 대해 시 인사담당 부서 관계자는 “기술직인 전씨에 대한 인사조치를 처음 요청받았을 때는 전보조치할 부서가 없어 인사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전씨가 감찰반원에게 적발됐다”고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전보조치할 부서가 없었다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려야 마땅했다.
개인의 비리뿐 아니라 조직적인 비리도 터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가짜선수를 등록하는 수법으로 시민들이 낸 혈세 수천만원을 챙긴 용인시청 테니스감독과 7~8급 공무원 등 5명이 경기지방경찰청에 적발되기도 했다.사전 공모를 거친 이들은 가짜 선수로 등록해 급여를 타내거나 운동용품, 선수 훈련비 등을 부풀려 수천만원의 시민 혈세를 챙기는 등 업무상 횡령,허위공문서 작성이라는 범죄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용인시 한 하위직 여성 공무원이 200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모두 28차례에 걸쳐 관급 자재 반납대금 5억2,000만여원을 횡령했다 경기도 종합감사에 적발됐다.
이 여성 공무원은 5월 수원지법으로부터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용인시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경기도는 76건의 위법사항을 적발한 뒤 관련 공무원 146명을 문책하도록 시에 통보했다.
일선 지자체는 "상급기관의 감사와 감찰을 받을 때마다 자체 감사와 감찰기능이 있는데 힘없는 지자체를 너무 쥐어짠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하지만 용인시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 자체 감사ㆍ감찰 기능은 '있으나 마나'라는 비난을 살 수 밖에 없다.
용인시는 금품을 받은 공무원이 적발된 직후 올해를 '청렴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공직자 청렴문화정착 토론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감사원은 김학규 시장 취임이후 1년간 인사비리가 많다는 제보에 따라 얼마전 대대적인 감사를 벌여 김 시장의 의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청렴한 공직사회와 투명한 인사시스템,비리의 원천차단은 단체장 혼자 목청을 높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전 공직자들이 뼈를 깍는 자정노력을 하고 인사와 감사부서가 맡은 일을 철저히 수행해야 얻을 수 있는 수확이다.

김찬형 기자  kch-878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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