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정말 재미있는 나라다.
먹는 것만 해도 그렇다.
특(特)자 만 붙으면 가격이 훤씬 비싸다.
'특 설렁탕','특 갈비탕' 등...보통과 비해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20~30%에서 심지어 50%가까이 비싼 '특제'를 먹은 사람들은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5월부터 9월초까지 일정으로 용인시의회가 구성한 경전철 행정사무조사특위도 마찬가지다.
당초 시민들은 특위가 거대한 고철덩어리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용인경전철의 문제점과 대안을 철저히 파헤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특위는 시민들에게는 '특제'가 아닌 '보통'으로 평가절하되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
시의회의 태생적인 한계때문이다.
경전철 조사특위는 열정적으로 활동해왔지만 벽에 부딪혔다.
국회와 달리 힘이 없는 현실의 벽이다.
이희수 간사는 "경전철 관련 자료를 집행부에 요구했는데 대부분 자료를 대외비 항목에 묶어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는데 대해 일차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또 경전철 하루 이용객 수요를 예측한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 용인경전철㈜ 관계자 등을 출석시키는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출석하지 못하는 사유서를 제출하면 제재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시와 용인경전철㈜ 등 양자의 법무법인이 국제중재원의 귀책사유 판단을 통한 공사비 배분율을 협의했는데 이 자료도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
공사비 내역 장부를 공개하지 않아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나 알기는 결코 쉽지 않다.
특위 위원들은 "앞으로의 특위 과정에서는 모든 사업의 내역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는 물론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인들을 특위에 참석시키는 강제규정 마련도 시급하다.
한편 특위는 어느 정도의 가시적인 성과도 올렸다.
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특위를 구성해 전직 시장 등 재임기간 잘못된 사업 추진으로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에 대해 청문회를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구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민간투자심의위원회의 승인만 받으면 수천억원대의 대형사업을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결정해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을, 제동을 걸게 된 것도 하나의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동백역사 조경공사의 수의계약 의혹과 5억원대의 공사비 증발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주)용인경전철을 형사고발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9월 7일 활동마감과 함께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인 툭위는 속기록 등을 근거로 신문을 벌여온 당사자들의 잘못여부를 파악해 고소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특위과정에서 드러난 한계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많은 사건에 대해 특별검사제도(特別檢事制度)를 통해 진실을 파헤치려 했다.
조폐공사 파업유도,옷로비 사건,이용호 게이트,대북송금,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유전의혹 사건 특검법,삼성 비자금,스폰서 검사사건에 이르기까지 특검이 도입됐다.
그렇지만 국민들의 기대만큼 진실을 시원하게 파헤치지 못하고 오히혀 면죄부만 줬다는 비난을 받은 경우가 많다.
이제는 이름에 걸맞는 특위, 특검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역없는 조사와 수사가 이뤄지도록 그만한 권한을 부여하고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김찬형 기자  kch-878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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